[깊은 생각 열린 교육] 함께 하는 즐거움을 우리 아이들에게

입력 2009-11-24 07:04:27

현대를 살아가면서 우리 아이들을 키워내기가 점점 힘겹게 느껴진다. 또한 가족 구성원들도 그 수가 줄어들어 자녀가 한 명, 아니면 두 명 정도로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자연히 아이에게 모든 관심과 정성이 집중되고 오늘날에는 부모가 저만치 앞서가서 아이들을 끌어당기고 있는 실정이다. 부모들의 성공 기준이 자녀를 어떻게 키워냈느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이들에게 과도하게 몰입하고 있다.

자녀 입장에서는 과연 좋을까? 부모님이 내 미래를 위한다며 이렇게 나에게 몰입하는 것에 감사할까? 부모 기준과 욕심을 아이에게 덧씌우는 일련에 상황이 과연 아이를 위한 것인가? 공동육아는 이러한 물음에 "아니오" 하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서 시작됐다.

공동육아는 기다려주는 데서 출발한다. 아이 스스로 자라나는 것을 참고 인내하며, 아이가 앞서 걸어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까닭이다.

함께 키우는 것은 경쟁의 논리보다는 협업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것이다. 함께 해서 즐거운 기억들, 막힌 문제를 함께 풀어내고, 자연과 사람이 서로 돕는 것에 가치를 둔 아이들. 이러한 아이들의 키워내는 데 거창하고 특별한 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함께 하는 일상의 삶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즐거움에서 호기심이 자라나고, 그 호기심이 주변을 주의깊게 관찰하게 한다. 거기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자발적이며 주체적인 사고를 가진 아이들로 커나가는 것이다.

아이들이 함께 몸으로 뒹굴며 노는 것은 정말 즐거운 기억이다. 혼자가 아닌, 같이 노는 것은 아이의 사회성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우리 방과후에서 아이들과 재미있게 하는 놀이 중에 하나는 달팽이다. 달팽이집처럼 나선형 그림을 그린다. 가운데 안쪽과 바깥쪽에서 동시에 뛰어가며 서로 마주치면 가위 바위 보를 한다. 진 사람이 물러나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이긴 사람은 계속 뛰어가 상대편에 출발지점을 먼저 밟는 놀이이다. 초등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모두 함께 노는 놀이인데, 단순하지만 아이들의 열기는 더없이 뜨겁다. 항상 10명 이상씩은 모여야 하고 모이는 과정에서도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친구들을 모은다.

우리 방과후에 달팽이 고수가 있는데 희연이라는 1학년 여자아이다. 의외로 가위 바위 보를 잘 해서 많은 언니 오빠들을 제치고 승리를 따낸다. 아이들은 아낌없는 칭찬을 보내고 희연이는 좋아서 으쓱한다. 평소 내성적인 아이지만 달팽이 놀이에서만큼은 더없이 적극적인 아이가 된다. 희연이를 지켜보노라면 함께 놀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부디 어른들이 먼저 앞서서 자라게 하진 말자. 웃자라지 않고 좀 더디지만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함께 하는 즐거움을 우리 아이들이 누리게 하자.

김병현(공동육아 방과후 전국교사회의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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