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를 기업도시로 수정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이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서 나라 전체와 지방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은 매우 나쁜 정책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은 과도한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기 위한 거대 국가프로젝트로서, 노무현 정부 아래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여야의 합의로 제정된 법률에 기초하여 추진되어 왔던 가장 상징적인 균형발전정책이었다. 이러한 세종시를 일개 기업도시로 축소하겠다는 것은 결국 현 정부가 균형발전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중앙정부 부처 이전에 기초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기초한 혁신도시 건설은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지방의 공동화를 막으려는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양대 기둥이었다. 정부가 세종시를 행정도시가 아닌 기업도시로 만들려는 계획을 밝힘에 따라 그 한 기둥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행정도시라는 한 기둥이 무너지면 각 지방에 건설 중인 혁신도시라는 다른 한 기둥도 무너지게 될 것이다. 중앙행정부처가 옮겨가지 않으면 공공기관도 지방으로 오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 또한 세종시에 파격적 특혜를 주어 대기업을 유치하여 기업도시로 만들게 되면 혁신도시들에 유치하려는 기업들이 세종시로 발길을 돌릴 것이기 때문에, 각 지방의 혁신도시가 공동화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행정도시와 혁신도시라는 두 기둥이 무너지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어떻게 될 것인가? 과밀을 막는 안전장치가 없어진 수도권으로의 자원 집중은 더욱 격심해질 것이다.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면 지가상승과 교통체증 심화 그리고 오염증대로 서울의 경쟁력은 더욱 추락할 것이다.
중앙행정부처와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영양과잉으로 비만한 수도권을 다이어트하여 수도권을 살리는 한편, 영양부족으로 허약한 지방에 영양을 보충함으로써 지방도 살리려는 상생의 균형발전프로젝트이다. 그런 점에서 세종시 건설은 충청권 발전 프로젝트가 아니라, 결국은 서울의 경쟁력을 높이는 서울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끝내 세종시를 기업도시로 수정하는 계획을 강행한다면, 수도권 집중을 제어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제거되어 수도권 집중이 더욱 심화되고 수도권과 지방의 경쟁력이 동반 추락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서울공화국과 그 식민지'로 분할되고, 대한민국 국민이 서울 사람과 지방 사람이란 두 개의 국민으로 갈라지는 망국적 상황이 초래될 것이다.
만약 이러한 예측이 크게 빗나간 것이 아님을 인정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그야말로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을 위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세종시를 기업도시로 수정하려는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정신을 외면하고, 수도권에 살고 있는 권력층과 각종 기득권층의 근시안적인 수도권 중심주의와 서울공화국 의식에 포로가 되어, 나라 전체의 장기적 발전을 가로막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정부가 세종시 수정의 필요성으로 내세우고 있는 가장 큰 명분인 수도분할로 인한 행정비효율 문제는 세종시가 안고 있는 태생적 한계임은 분명하다. 주지하듯이, 애초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에 대해 '관습헌법상 서울이 수도이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납득 못할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났기 때문에, 절충적 형태의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되고 말았다.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남고 행정부처가 지방에 떨어져 있게 되는 상황은 세종시 건설을 주도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인정했듯이 '매우 불합리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수도분할 상황은 무시 못할 행정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수도권 집중 해소 효과도 반감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세종시를 기업도시나 다른 형태의 도시로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최초에 기획했던 대로 행정수도로 확대해야 한다. 일단 현행법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하고, 장차 세종시를 '대한민국의 수도로 한다'는 개헌을 하여 청와대와 국회를 옮겨서 행정수도로 만들어야 한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행정수도 이전을 다시 공론화하여 확정짓고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백성을 사랑했던 우리 민족 최대의 성군인 세종대왕을 욕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도 세종시를 기업도시로 축소 수정할 것이 아니라 행정수도로 확대 보완하여 균형발전을 위한 초석을 놓아야 한다.
김형기 경북대 교수 경제통상학부
댓글 많은 뉴스
박수현 "카톡 검열이 국민 겁박? 음주단속은 일상생활 검열인가"
'카톡 검열' 논란 일파만파…학자들도 일제히 질타
이재명 "가짜뉴스 유포하다 문제 제기하니 반격…민주주의의 적"
"나훈아 78세, 비열한 노인"…문화평론가 김갑수, 작심 비판
판사 출신 주호영 국회부의장 "원칙은 무조건 불구속 수사…강제 수사 당장 접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