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눈치보며 소극적 태도 "내년 공천 의식 몸사리기"
정부가 세종시를 수정 조성하면 대구경북이 가장 큰 타격을 입지만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함구령까지 내리면서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완구 충남도지사, 박성효 대전시장, 정우택 충북도지사 등은 세종시 수정 조성의 현안 한가운데 서 있는 탓도 있지만 회동하면서 기자회견을 하거나 연일 대정부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충청권의 경우 세종시가 행정기능 중심이든, 교육과학·기업중심 도시이든 어느 쪽으로 가도 크게 피해볼 것이 없는 '꽃놀이패'지만 대구경북은 세종시 수정 조성으로 가장 큰 '루저'(Loser)가 될 것임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요즘 대구시와 경북도 관계자들은 세종시 얘기만 나오면 '꿀먹은 벙어리'다. 간부들은 물론 직원들도 세종시 발언을 삼갈 정도로 손사래를 치고 있는 실정으로 이는 김 시장과 김 지사가 최근 간부회의를 통해 철저한 입단속을 주문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 한 관계자는 "세종시에 대한 정부의 공식입장이 나오지 않았고 대구의 경우 첨단의료복합단지와 기능 중복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23일 열린 간부회의에서도 세종시에 대한 별다른 언급은 않고 지난주 보건복지가족부 장관과 총리실 등에 전화로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세종시의 가능 중복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만 지적했을 뿐이다.
경북도도 투자유치가 예정됐던 기업이 방향 선회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도 간부회의 석상에서 "지방 상생을 위한 방안이 나오지 않겠느냐"며 현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상임대표 조진형)는 20일 "세종시 복병으로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이 휘청거리고 기업 유치도 빨간불이 켜졌다"며 "정권의 압박과 회유에 못 이겨 침묵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시도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조 상임대표는 "지방의 각 주체들이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해 사분오열하고 있다. 지자체 단체장들도 첨단의료복합단지와 4대강 살리기 예산확보 등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며 중앙권력에 대한 줄서기와 눈치보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경북도의회 관계자들은 "김 시장과 김 지사가 내년 지방선거의 공천을 의식해 몸을 사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의료단지 2곳 선정에다 세종시까지 의료-바이오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는데 시도는 정부에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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