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국제교육특구·경북 가속기클러스터 등 난관
행정 중심으로 만들려던 세종시에 교육+과학+의료를 추가하려는 정부 움직임이 보이면서 대구경북이 세종시 수정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는 물론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대구경북 출신인 정정길 대통령실장, 주호영 특임장관 등 주요 인사들마저 대구경북이 우려하는 '진정성'에 무관심한 눈치다. 김범일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지사, 서상기 대구시당위원장 등은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서 친이와 친박 모두의 지지를 받으려는 생각에서인지 미온적이다.
◆교육+과학도시?
정부는 12월 말까지 세종시 대안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내년 2월 세종시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무회의 의결-국회 통과 등 입법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수정 방향은 행정도시에서 교육+과학도시로 바꾸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분위기다. 정운찬 총리는 21일 중소기업인들과 관악산 등반을 하며 "과학 콤플렉스 도시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18일 한국경제학회 회장단 초청 간담회에서 "교육과 과학이 중심이 돼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는 경제도시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과학 콤플렉스 도시'의 개념을 설명한 바 있다.
정 총리에겐 국무총리실과 행정 부처를 대거 세종시로 옮기는 방안은 이미 머릿속에서 지운 듯하다. 지방의 강한 반발에도 이처럼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어 이 대통령과 이미 교감을 끝냈다는 풀이도 나온다.
교육+과학도시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구상도 그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 세종시'를 위해 서울대 제2캠퍼스와 고려대·카이스트 캠퍼스는 물론 국제중, 외국어고를 집어넣을 생각으로 알려졌다. 외국의 유수 대학과 몰입식 영어교육을 하는 일류 초·중·고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총장 출신인 정 총리의 드라이브에 서울대는 제2캠퍼스안을 공론화했다.
'과학 세종시'를 위한 핵심은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이다. 중이온가속기는 물질의 핵을 빛의 속도로 가속 충돌시키는 기초과학 연구의 핵심 인프라다.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대통령직인수위에서 활동해온 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이사장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메디컬과 디지털 세종시' 기능도 추가할 조짐이다. 바이오·메디컬 융합 연구소와 디지털 정보 융합 연구단지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교육+과학+메디컬+디지털 세종시가 만들어지면 세종시에는 정부 부처를 이전할 땅조차 없을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교육과 과학, 의료가 집적되면 대덕연구단지, 오송생명과학단지와 어우러져 기업들도 앞다퉈 세종시로 달려갈 공산도 없지 않다.
◆최대 피해자는 대구경북?
행정도시 세종시가 카멜레온처럼 온갖 색으로 덧칠되면서 대구경북이 최대 피해자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도시 세종시를 만들려는 마당이라 대구·광주를 국제교육도시로 만들기 위해 발의된 국제교육특구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정부와 한나라당 친이계, 충청권이 반대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중이온가속기가 세종시에 건설되면 포항 방사광가속기, 경주 양성자가속기를 토대로 가속기클러스터를 만들려던 경북의 꿈도 접어야 한다. 중이온가속기의 산업 파급력이 경북의 두 가속기보다 크고, 예산도 양성자가속기보다 국비가 4배(총예산기준 2배)가까이 투입된다. 경주는 방폐장을 유치한 대가로 양성자가속기를 유치했으나 세종시는 손 안대고 양성자가속기 4개를 유치하는 셈이 된다.
바이오·메디컬융합연구소의 세종시 설립은 오송과 경쟁해야 하는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에 결정타를 날리게 된다. 오송과 경쟁도 버거운 마당에 30분 이내에 있는 세종시+오송과 싸움에서 대구경북이 승리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게 의료단지 추진 관계자들의 풀이다.
◆실리없는 정부?
세종시 수정으로 정부는 수도권 민심을 얻을지 몰라도 지방의 지지를 잃을 것이란 지적이 한나라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그래도 정 총리와 친이계가 세종시 수정 질주를 멈추지 않는 것은 이 대통령의 뜻을 읽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세종시 원안+α를 언급한 바 있지만 국무총리실 등 정부 주요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 서울시장 재직 당시부터 반대해왔다. 수도권 중심의 사고에다 행정부의 효율을 중시한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 특히 대구경북 정치권이 세종시 수정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받고 있다.
이상헌·정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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