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싸한 양념맛에 쫄깃한 육질…한번 중독되면 못빠져 나와요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은 드물다. 대구 특유의 재료도, 특성화된 요리법도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대구 사람들의 입맛이 무난한 것도 아니다. 까다로운 만큼 '대구에는 먹을 것이 별로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대구 사람들 입맛이 까다롭기 때문에 불황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이 난 식당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어떤 곳은 서비스는 엉망(?)임에도, 제대로 손님 대접을 받지 못하면서도 '한 우물을 파는' 미식가들이 몰린다.
대구시는 찜갈비·따로국밥·소막창구이·생고기(뭉티기)·논메기매운탕·복(어)불고기·누른국수·무침회·볶음우동·납작만두 등을 '대구 음식 10미'로 꼽아놓고 있다.
'매콤하고 얼얼한 맛, 찌그러진 양재기, 개운한 백김치….'
대구 10미 가운데 동인동 찜갈비만큼 특정지역에 한 종류의 음식점이 모여 있는 곳은 드물다. 물론 달서구와 북구 등지에도 '동인동 찜갈비' 업소들이 있지만, 중구의 동인동 찜갈비가 워낙 유명세를 타서인지 다른 곳은 손님들의 발길이 상대적으로 덜 몰리는 편이다.
동인동에 찜갈비 식당이 생겨나기 시작한 지 약 40년이 지난 지금, 외지인들에게 대표적인 대구의 음식 명소가 됐다. 맵고, 입안이 얼얼한데도 이젠 타지역민들도 특유의 찜갈비 맛에 매료돼 찾고 있다. 지자체와 지역 조리업계, 학계 등도 향토음식의 관광상품화를 위한 품목에 동인동 찜갈비를 올려놓고 있다.
동인동 찜갈비 맛 체험에 참여한 '명계찜닭' 김성곤(43·사진) 대표는 "마늘 양념의 알싸한 맛과 태양초의 매콤함이 잘 버무려져 고기 특유의 잡내가 나지 않는다"고 평했다. "매콤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식사와 술자리를 동시에 갖는 자리에 걸맞은 맞춤형 음식"라고 했다. 또 "찜갈비의 관광상품화를 위해서는 한우 위주의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고, 일정시간 맛이 변하지 않도록 하는 포장기술의 개발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인동 찜갈비의 맛 비결
동인동 찜갈비 업주들은 '마늘과 청양고추 등이 버무려진 매콤한 양념'을 찜갈비 맛의 비결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는 양념 재료의 적정한 배율, 불 기운의 세기와 삶는 시간, 주원료인 쇠고기의 질 등이 잘 어우러져야 찜갈비 고유의 맛이 유지된다는 것.
쇠고기는 양파와 함께 1, 2시간 정도 푹 삶는다. 양념에는 마늘을 주재료로, 고춧가루 설탕 간장 등이 들어간다. 마늘을 듬뿍 으깨 넣어 향이 짙다. 어떤 집은 한약재를 넣기도 하고, 잡내를 없애기 위해 소주를 약간 보태기도 한다. 밤, 은행, 석이채 등이 재료로 들어가는 갈비찜과는 요리법이 다르다. 갈비찜은 또 간장을 많이 넣어 달콤한 향이 짙은 반면 찜갈비는 매콤한 향이 더 강하다.
양념 제조법은 집집마다 특성화돼 있다. 단골들은 그 집 특유의 양념맛에 이끌려 '중독성이 있다'고들 한다. 어떤 집은 '한약재를 넣어 건강식이 된다', 어떤 집은 '고유의 맛을 위해 한약재와 인공 조미료는 가급적 삼간다'며 의견을 달리한다. 더 매운 집도, 더 달콤한 집도 있다. 집집마다 단골이 서로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찜갈비는 고기부터 먹은 뒤 양념에다 밥을 비벼 먹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다. 입안이 얼얼하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쯤 물김치를 씹으면 개운한 기운이 퍼진다.
◆찜갈비 골목의 유래
1960년대 후반 동인동 골목에 1, 2군데씩 자리 잡기 시작한 찜갈비 식당의 역사는 벌써 40년이 흘렀다. 70년대 중반 이 골목에 도로가 포장되면서 가게가 늘기 시작했다. 당초 쇠고기 값이 싼 데다 밑반찬이나 양념재료 장만에도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 '간단한' 메뉴여서 쉽게 식당을 차릴 수 있었던 것. 여기에다 장기간 찜갈비 그릇으로 사용되면서 찌그러지고 탈색된 양재기는 찜갈비 골목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맛도 맛이지만, 찌그러진 양재기에 대한 향수에 젖어 식당을 찾는 이들도 있단다. 한때 업소가 16개까지 몰렸지만, 최근 3, 4년 사이 건물 신축과 주차장 확장 등을 통한 대형화를 거치면서 현재 13개 업소가 성업 중이다. 40년 전통의 이 골목이 명맥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동인동 찜갈비 식당을 찾는 손님 상당수는 단골이다. 한 업주는 "요일별로 찾아오는 손님 얼굴을 거의 알 정도"라고 말했다.
◆관광상품화 모색
동인동 찜갈비 업주들은 '번영회'를 구성, 박람회나 각종 행사에 공동 참여하고 있다. 가격, 서비스 등도 일정 정도 균형을 맞추고 있다. 특히 찜갈비 포장 배달이 가능해지면서 저변 확대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식품분야 교수와 연구원, 음식 관련 단체 관계자 등을 중심으로 한 '대구음식문화포럼'(회장 권원강 교촌F&B 회장)이 발족, 찜갈비 등 향토음식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박람회 컨퍼런스를 열었다. 대구 엑스코에서는 이달 5일부터 4일간 '제8회 대구음식관광박람회'가 열렸다. 지역 전통음식의 재현, 시식회 등을 통해 대구 음식을 널리 알리고 관광상품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 찜갈비의 경우 인공조미료 사용 배제, 한우를 사용한 고급화, 포장기술 개발 등 보완이 이뤄지면 대구는 물론 전국적인 명품음식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음식특별취재팀
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강병서기자 kbs@msnet.co.kr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사진·프리랜서 강병두 pimn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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