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미국 드라마)가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한 팬을 확보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리얼리티'에 있다. 범죄사건을 멋지게 해결하는 'CSI', 생로병사가 버무러진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며 사람들은 의사를 꿈꾸기도 하고 법의학자를 꿈꾸기도 한다. 그만큼 직업의 리얼리티가 살아있다는 뜻이다.
그런 맥락에서 올해 방송됐던 전문직 드라마들이 참패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를 읽어낼 수 있다.
최근 종영한 MBC '맨땅에 헤딩'은 평균 시청률 5.1%를 기록했다. 그룹 동방신기의 유노윤호가 주연을 맡아 애초 기대감을 높였지만 참패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유노윤호에 대한 연기력 논란과 더불어 개연성 없는 스토리, 진부한 캐릭터도 한몫했다. 스포츠 매니지먼트와 축구라는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는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참패 이유 중 하나는 스포츠 드라마 특유의 긴박감이 없었다는 점이다. 드라마는 주인공들의 로맨스만 치중하고 축구는 배경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9월 종영한 SBS '드림'도 마찬가지. 드라마에선 이례적으로 이종격투기를 다룬데다 최고 스타인 손담비의 출연, 일본 K-1 주최사 FEG의 투자를 받은 한'일 합작드라마라는 점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드림'의 평균 시청률은 5%대에 불과했다.
국민 스타 김연아로 인해 국민적 스포츠가 된 피겨 스케이팅을 다룬 MBC '트리플'도 다르지 않다. 10%를 넘기지 못하고 막을 내린 이 드라마에서 피겨 스케이트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이들 스포츠 드라마들의 참패의 원인은 스포츠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전혀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단순히 인기 스포츠를 등장시키는데 급급했을 뿐, 해당 종목이 가진 역동성과 전문성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스포츠는 그저 주제가 아닌 소재일 뿐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KBS 2TV '아이리스'도 아쉬움을 남긴다. NSS(국가안전국)라는 매력적인 직업세계를 다루고 있고 NSS상황실은 영화 속 CIA상황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아이리스'는 너무 섣불리 탄탄한 스토리를 포기하고 러브라인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 여건상 오랜 시간을 투자해 드라마를 제작하기 힘들 뿐 아니라 '로맨스'는 시청자들을 불러모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소재다. 하지만 이 때문에 많은 드라마들이 사랑타령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 매력적이긴 하지만 한국 드라마 모두가 사랑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업세계의 리얼리티를 살렸던 작품으로는 의사들 세계를 심도 있게 다룬 MBC '하얀 거탑', 지휘자의 세계를 그려낸 MBC '베토벤 바이러스', 드라마 PD를 둘러싼 방송가의 이야기를 담아낸 KBS 2TV '그들이 사는 세상' 등이 있다. 이들 드라마는 마니아층까지 확보하며 호평을 받았다.
현재 호평을 받고 있는 KBS 2TV '열혈 장사꾼'도 국내 드라마 최초로 자동차 영업 사원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애환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전문직 드라마들이 연이어 부진의 늪에 빠지고 있는 가운데 시청자들은 '열혈장사꾼'이 리얼리티를 살린 드라마로 드라마의 다양성을 확보해나가는 데에 한몫하길 바라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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