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이의 고민' 이범호 거취 결정안돼 갈 곳 못 찾아

입력 2009-11-19 09:34:51

큰 비가 지나가길 기다리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열린 뒤 아직 갈 곳을 찾지 못한 박한이, 장성호 등 FA 절반이 처한 상황이 그렇다. '대어' 이범호가 거취를 결정짓지 않는 한 이들이 먼저 다른 곳에 둥지를 틀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소속팀을 찾은 FA는 8명 중 4명. 해외 진출이 점쳐졌던 '최대어' 김태균은 결국 한화 이글스를 떠나 일본 무대(지바 롯데 마린스)에 발을 디뎠다. 포수 김상훈과 외야수 박재홍, 강동우까지 각각 원 소속팀 KIA 타이거즈, SK 와이번스, 한화와 다시 계약을 맺으면서 박한이(전 삼성 라이온즈), 장성호(전 KIA), 최기문(전 롯데 자이언츠)과 이범호(전 한화)만 남았다.

박한이는 삼성과의 우선 협상 기간 동안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박한이의 명성이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 장타력과 순발력이 떨어졌고 발도 그다지 빠르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일단 박한이는 삼성과의 협상에서 4년간 30억원 정도를 부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박한이가 제시한 계약 기간이 길다는 것 외에 삼성이 제안한 구체적인 조건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분명한 것은 삼성이 박한이를 서둘러 붙잡지 않았다는 점. 외야에 최형우, 강봉규 외에도 이영욱 등 신예 후보군이 여럿이어서 박한이의 공백을 그리 크게 여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한이는 나름 매력이 있는 선수다. 삼성에서만 9시즌을 뛰면서 통산 타율(0.295)도 괜찮았고 큰 경기 경험도 많다. 수비 범위가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평균 이상의 수비수다.

장성호에 대한 시선도 그리 호의적이진 않다. 한때 국내 최고의 타자로 꼽혔으나 성적이 떨어지고 부상이 겹치면서 최희섭에게 주전 자리를 빼앗겼다. 게다가 장성호는 고액 연봉자(5억5천만원)다. 그를 데려가려는 팀은 최대 24억7천500만원(연봉의 450%)을 KIA에 보상금으로 줘야 한다. 물론 장성호에게 줄 돈은 별도다. 최기문은 노련한 포수가 필요한 틈새 시장을 노린다.

현재 이들의 새 둥지로 가장 유력한 곳은 4번 타자 겸 1루수 김태균을 잃은 한화. 2번 혹은 5번감 정도를 찾는다면 박한이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고 부활을 전제로 한다면 1루수였던 장성호도 입질을 해볼 만하다. 베테랑 포수도 한화에 필요한 존재다. 문제는 한화가 이들에게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는 점. 일본 진출을 꿈꾸는 이범호마저 잃으면 중심 타선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한화는 4년간 최대 6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으나 김태균을 붙잡는 데 실패했다. 가뜩이나 약한 투수진을 재편해야 하는 판에 김태균에다 이범호까지 떠난다면 장점이던 공격력도 크게 약화된다. 일단 이범호에게 이미 마련해둔 돈보따리를 푼다는 것이 한화의 계산. 장타력과 수준급 3루 수비 솜씨를 갖춘 이범호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남은 세 FA의 운명도 달라지게 됐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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