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 누가 나오나…<3> 대구 남구·동구·구미시

입력 2009-11-18 10:13:53

재선 노리는 세 단체장, 국회의원과 갈등설 극복 변수

재선을 노리는 이재만 동구청장과 임병헌 남구청장, 남유진 구미시장 등 세 명은 해당 지역 국회의원과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들 세 명은 이 같은 불화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갈등이 표면화되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어색함이 없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기류가 공천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일각에서는 지역 정가의 호사가들이 갈등설을 부추긴다는 얘기도 있다.

◆대구 남구청장

임병헌 구청장은 곽성문 전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 공천을 받았다. 곽 전 의원이 공천 헌금과 관련해 불미스런 문제가 불거지면서 당초 염두에 뒀던 인사를 배제하고 대구시 기획관리실장으로 있던 임 구청장을 전격 공천했다. 배영식 의원(중·남구)과는 별다른 정치적 인연이 없다. 이 때문인지 배 의원과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특히 배 의원의 부인과 사이가 좋지 못하다는 소문은 진작부터 나돌았다. 배 의원과 정치적 인연이 깊지 못한 것이 이 같은 불화설을 증폭시킨 면이 없지 않다는 관측이다.

임 구청장은 "주변에서 만들어낸 소문일 뿐이다. 배 의원도 몇 차례 공식 석상에서 불화설을 부인한 바 있다"며 "남구 발전을 위해 누가 적임자인지 내년 공천 결정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이에 대해 배 의원은 임 구청장과의 갈등설에 대해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은 공천심사위에서 결정하는 것이지 국회의원 개인이 판단하는 사안이 아니다"며 "공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부인의 지역구 활동과 관련해 "여성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여러 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음해'이고 '마타도어'"라고 주장했다. 임 구청장에 대한 호불호를 평가하기보다는 신중한 성격답게 공천과 관련해 구설에 오르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읽혔다.

박일환 대구시설관리공단 전무도 공천 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지난 선거에서 한나라당 남구청장 후보 물망에 올랐던 박 전무는 "곽성문 전 의원으로부터 공천 내락까지 받았었다"고 말했다. 당시 공천 헌금 파문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자신이 후보로 확정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무는 대구은행, 대동은행을 거쳐 조해녕 전 대구시장 비서실장으로 3년 이상 근무했다. 이후 김범일 대구시장 선거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내년 1월 말 임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공천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남병직 대구시당 대변인도 출마설이 나돌고 있지만 본인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주변에서 권유는 많지만 아직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다"며 "출마 여부를 떠나서 대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박형룡 전 박찬석 의원 보좌관은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 1987년 경북대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2002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남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전력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민주당 간판을 달고 중·남구에 출마했다. 박 보좌관은 "한나라당 독점 구조를 깨고, 정치적으로 다변화된 지형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출마설이 나도는 박판년 남구의회 의장은 "기회가 주어지면 하겠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대구 동구청장

이재만 구청장이 재선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 구청장은 재임 동안 첨단의료복합단지 및 과학고 유치 등을 업적으로 내세워 한나라당 공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공천을 쟁취(?)하는 정치력을 보인 바 있다. 지역 여론도 이 구청장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텃밭이라는 정치적 토양을 감안하면 주성영(동갑)·유승민(동을) 의원이 누구를 차기 동구청장 후보로 낙점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유 의원과 이 구청장의 관계에 주목하는 인사들이 많다. 지난 선거에서는 주 의원이 이 구청장 공천 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따라서 내년 선거에서는 유 의원의 입김이 더 셀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유 의원은 이 구청장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는 얘기도 지역 정가에서 들린다. 지난 공천 과정에서의 앙금이 아직도 완전히 씻겨 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지난 공천 과정에서 사연이 있었고, 지금은 (공천과 관련해) 이 구청장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일로 맺어진 관계다"고 전제한 뒤 "주민들이 원하는 행정을 얼마나 열심히 했느냐, (주민들에게) 신뢰를 받느냐가 공천의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유 의원과 관계가 많이 회복됐다"며 "자주 전화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해용 대구시의원이 동구청장 후보로 공천을 신청할 뜻을 밝혀 주목된다. 정 의원은 유 의원의 최측근이고, 30대이지만 대구시당과 경북도당 당직자를 거쳐 지역 정가에 상당한 인맥이 있다. 특히 유 의원과 교감 여부를 두고 설이 분분하다. 하지만 유 의원이나 정 시의원 모두 "전혀 상의한 바 없다"고 교감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아직은 구청장으로서는 '나이가 젊다'는 핸디캡을 극복하는 것이 숙제라면 숙제다.

이윤원 대구시의원도 출마 결심을 밝혔다. 동구청 총무국장, 사회산업국장 등을 거쳤고, 33년 동안 공직 생활을 한 덕분에 행정 분야에서 누구보다 자신이 있다고 했다. 2004년 재보궐 선거와 지난 선거에서 동구청장 공천을 신청한 전력이 있다. 동구청장 후보로 여의치 않아 지난 선거에서 대구시의원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그는 "공무원 출신으로 구청장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훈 전 동구청장과 임규옥 변호사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본인들은 "상황을 봐 가며 결정할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이다. 김세호 경북도당 대변인의 출마설도 있지만 대변인이 비례대표 도의원에 낙점된 전례에 비춰 '도의회에 입성하기 위한 상향 지원 아니냐'는 풀이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구미시장

남유진 구미시장은 재선 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구미갑)과 갈등설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 난제다. 구미시가 지난 9월 내놓은 보도자료가 발단이 됐다. 보도자료에는 최근 10억원의 용역 예산이 확정된 새마을운동 테마파크를 남유진 시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건의해 추진됐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으로 있는 김 의원의 작품이었던 것. 김 의원 측에서 '공적 가로채기'라며 발끈했고, 남 시장은 부랴부랴 서울을 방문해 김 의원에게 해명하면서 일단락됐다. 남 시장은 한발 더 나아가 담당 공무원의 인사 조치까지 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같은 '해프닝'이 공천 국면에서 어떤 식으로든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남 시장과 김 의원 모두 갈등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 의원은 "갈등은 절대 없다"며 "남 시장에게 마음에 담아두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남 시장 역시 "구미는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김성조·김태환 의원, 저까지 포함해 4륜 구동차처럼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시장은 김태환 의원(구미을)과는 관계가 원만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 시장의 연임에 최대 걸림돌은 치과의사인 김영일 전 경북도 정무부지사의 강력한 도전이다. 김 전 부지사는 최근 구미 시외버스정류장 부근에 '구미사회혁신연구소'를 열었다. 30여명의 이사진으로 구성된 연구소는 김 전 부지사가 경선에 대비한 이론과 정책을 개발하기 위한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김 전 부지사는 "공천을 신청할 생각이 굳어져 가고 있다"며 출마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김 전 부지사는 대인 관계가 폭넓고, 김관용 도지사의 오랜 측근이라는 점이 강점이다. 김 전 부지사는 "교감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지난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채동익 낙동강700리자연운하만들기운동본부 경북대표는 4년간 절치부심하며 재도전의 꿈을 키웠다.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 대외협력 특별보좌역과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정책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 총선에서는 이재순 한나라당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등 당 기여도가 높다. 채 대표는 "구미시 경제통상국장을 지낸 경제통으로 구미를 발전시킬 적임자"라며 "친박-친이 다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웅 경주 부시장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선산읍 출신으로 구미시에서 35년 동안 공직생활을 한 덕분에 폭넓은 지지 기반이 있다는 평이다. 김관용 도지사의 복심(腹心)으로 불린다. 원리원칙을 고집하는 그의 스타일이 정치 바닥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부정적으로 작용할지 미지수다. 이 부시장은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출마 권유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직에 몸담고 있는 상황에서 단정적으로 출마 결심을 밝히기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구미·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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