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유치 목매던 대구 "뒤통수 맞은 꼴"
정부가 세종시를 '기업 중심 도시'로 조성하겠다며 엄청난 특혜를 공식 선언하고 나서자 대구경북 등 영호남 8개 지자체가 강력 반발할 조짐이다.
'세종시는 정부가 대신 뛰어주고, 대구경북 등 나머지 지방은 알아서 하라'는 정부의 일방적인 방침에 대해 "대한민국엔 세종시밖에 없나?"라는 불평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영호남 8개 지자체 등 수도권과 충청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이 연합전선을 구성해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16일 세종시 수정안 마련을 위해 처음으로 소집된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에서 "세종시를 돈과 기업이 모이는 경제 허브, 과학과 기술이 교육과 문화와 어우러진 과학 메카로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신(新) 세종시 플랜'을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종시에 각종 기업, 대학, 병원, 연구소 등이 대거 들어올 수 있도록 세종시 입주 기업 등에 산업용지를 인근 산업단지보다 낮은 수준에 공급하고 경제자유구역(FEZ)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의 무차별 지원 방침을 등에 업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도 이날 "드라마틱(파격적)할 정도의 투자 장벽을 없애겠다"고 공언하며 국내외 대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행복청은 최근 외국 기업 등을 상대로 한 영문홈페이지를 통해 "주요 투자자에게 인근 산업단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 토지 평균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토지를 공급하겠다"며 "또 기업들이 장기할부로 토지를 매입할 수 있게 하고 대규모 투자자에겐 땅을 마음대로 개발할 수 있는 원형지 공급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제 혜택도 다양하다. 행복청은 세종시 입주 기업에 대해 ▷법인세·소득세(국세)와 취득세·등록세·재산세·종합토지세(지방세)를 3년간 100%, 이후 2년간 50% 감면 ▷수입자본재에 대한 관세 3년간 면제 ▷해외근로소득세 30% 감면 또는 17% 단일세율 적용 등의 세제 혜택을 약속했다.
이 같은 '파격 혜택'에 국내외 대기업들의 눈길이 자연스레 세종시를 향하고 있다. 국내 5대 그룹 가운데 ▷현대기아자동차가 세종시에 그린카 연구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며 ▷LG도 330만5천㎡(100만평) 규모의 차세대 자동차용 배터리 공장을 ▷롯데그룹은 맥주공장을 지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가 투자 유치에 목을 매고 있는 삼성과 SK와도 세종시는 조만간 접촉할 예정이다.
또 행복청은 최근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해 미국 보스턴, 독일 뮌헨과 프라이부르크, 중국 상하이 등 현지에서 8차례 투자설명회를 열었으며, IT·BT 위주의 미래전략 산업과 첨단산업복지 조성을 위해 19차례에 걸쳐 국내 기업체 대상으로 투자 유치 활동을 벌여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대구테크노폴리스, 대구국가산업단지, 성서5차산업단지, 경제자유구역 등 기업 유치에 사활이 걸린 대구경북은 세종시를 '대한민국 대표 기업도시'로 만들려는 정부의 역차별적 방침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17일 "지난 정부가 저질러 놓은 잘못에 대해 현 정부가 고심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세종시에 각종 혜택을 쏟아부어 다른 지자체에 피해가 가서는 안 된다"며 "수도권과 충청권을 제외한 모든 지자체가 힘을 모아 국토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정부 정책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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