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신화에 '아마존'이라는 여성 부족이 등장한다. 이들은 나긋나긋하고 순종적인 여성들이 아니라 흉포하고 용맹스런 전사였다. 이들은 오른쪽 가슴이 칼과 창, 특히 활을 사용하는 데 거추장스럽다며 아예 없애버릴 정도였다. 그래서 부족 이름이 그리스어 '아마조스'(유방이 없는)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얼마 전 카스피해 부근에서 여성 전사들의 무덤이 발굴됨에 따라 이 신화가 사실로 밝혀졌다.
중국 북위 효문제 시기의 뮬란(木蘭), 프랑스의 성녀 잔다르크가 여성으로서 빛나는 전공을 세웠지만, 여군이 등장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다. 소련은 1939년, 미국 1941년, 영국은 1942년부터 여성의 입대를 허용했다.
그 중 소련은 여군의 활약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독소전쟁 때 여성들을 지원 형식으로 징집, 모두 80만 명이 입대했다. 대부분 통신, 간호, 행정 업무를 맡았지만 일부는 전투기 조종사, 전차병, 저격수로 맹활약했다. 저격수 경우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 집중력에다 작은 체구 때문에 몸을 숨기는 데도 유리했다. 다소 과장이 있지만 미모의 사격 선수 출신인 류드밀라 파블리첸코는 독일군 309명을 사살했고, 저격부대장 니나 로브코브스카야는 308명을 사살했다고 한다.
현재 최대의 여군 부대를 거느린 나라는 '전쟁국가' 미국이다. 미군 전체의 15%인 19만6천여 명에 달한다. 미군은 1991년 1차 이라크전쟁 때 남녀 평등의 기치하에 여군을 최전방에 투입했다가 낭패를 봤다. 남성 동료가 다칠 때는 몸을 사리던 병사들이 여군이 다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바람에 작전 수행에 큰 차질을 빚었기 때문. 그 후로 여군을 행정 지원, 전투근무 지원 분야에만 배치한다. 이스라엘 경우 여성은 2년간 의무복무(남성 3년)를 하고 있지만 비전투 분야에 근무한다.
얼마 전 국방부는 여성 지원병(兵)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950년 한국전쟁 때 제주도 여성 126명을 해병대에 입대시켜 그 중 72명을 상병에서 중위 계급장을 달아준 후 처음 여군 병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군은 5천560명에 불과하지만 전투기 조종사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소총부대 소대장, 중대장을 배출했다. 한국 여성 특유의 강인함과 근성을 볼 때 아마존 같은 전사가 대거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박병선 논설위원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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