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낳은 클래식 영파워들] 劇團 四季, 그 냉혹한 용광로

입력 2009-11-13 09:30:02

최성재(
최성재('극단 사계' 배우·영남대 졸)

한국의 뮤지컬 붐과 동시에 극단 사계는 여러 가지 미디어를 통해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수치적인 정보 이외에도 여기 와서 느끼는 극단 사계는 실로 엄청난 곳이었습니다. 용광로처럼 뜨거운 열정 속에서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키지만 그 과정은 냉혹하기까지 한 무한 경쟁 체제입니다. 700여명의 배우들이 수백 명의 스태프와 경영 섹션의 지원 속에 밤낮없이 땀 흘려 겨우 한 작품에 출연하지만 계속되는 경쟁 속에 더 좋은 작품을 향한 노력을 한 순간도 게을리 할 수 없는 곳입니다. 이런 무대를 잉태할 수 있는 자궁이 한국에도 있었으면 하고 몇 번이고 되뇌어 보았습니다.

익히 알려진 바와 마찬가지로 극단 사계는 1천여명의 스태프와 배우들이, 전국 10여개의 전용 극장에서 주 8회에서 11회 정도 연중 3천회 이상의 공연을 올립니다. 단일 극단으로는 연 매출 250억엔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공연예술극단입니다. 요코하마에 위치한 '시키예술센터'는 실제 무대 규모의 연습장을 비롯한 10개의 크고 작은 연습장과 수십 개의 개인 연습실, 트레이닝 룸, 마사지 룸, 시청각 자료를 갖춘 라이브러리까지 공연을 올리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저희 배우들은 매일 발레, 재즈댄스, 텝댄스, 발성법 등의 레슨으로 배우로서의 역량을 계속 증진하고 있습니다. '시키예술센터'의 시스템과 시설은 뮤지컬의 본고장 영국과 미국의 오리지널 작품 제작진들도 수시로 와서 견학하며 부러움을 금치 못하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또한 작품면으로 볼 때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라이센스 작품 - 라이온킹, 캣츠, 미녀와 야수, 오페라의 유령,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아이다, 위키드 등이 전국 각지의 전용 극장에서 1년 이상 계속되는 장기 공연을 오늘도 상연하고 있습니다(라이온킹 11년, 캣츠 26년). 뿐만 아니라 창작 뮤지컬과 연극의 발전을 위해서도 항상 투자하고 새로운 시도로 작품을 재구성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극단 사계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배우로서 어마어마한 기회의 땅에 선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수많은 작품들이 항상 공연되고 있기에 자신에게 꼭 맞는 캐릭터를 찾아 항상 도전할 수 있으며, 끊임없는 무대 속에서 무대 감각과 경험 등 배우로서의 역량을 최고로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년 수백 명의 배우들이 극단 사계에 지원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 속에 선 몇 안 되는 한국 배우로서 앞으로도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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