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매섭게 불던 지난 경북동해안 최대 수산물 시장인 포항 죽도시장.
남들이 잠들어 있는 오전 5시지만 수산물 활어 공판장엔 곧 있을 경매를 위해 외지손님들이 타고 온 1t 트럭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인근 경주나 영천에서부터 대구, 구미까지 새벽길을 달려온 것이다.
오전 5시40분. 경매를 알리는 경매사의 종소리가 공판장을 한바탕 울리자 사람들이 줄지어 선 노란통에 담긴 고기 앞으로 일시에 몰렸다. 없는 게 없다. 광어, 아귀, 방어, 문어, 멍게에 이르기까지….
이곳에선 자연산 활어만 경매에 부칠 수 있다. 힘 좋은 방어가 팔딱거리자 물이 사방으로 튄다. 사람들이 고기통 앞에 쭉 둘러섰다. 줄잡아도 50여명. 하지만 이 중에서 흰 모자를 쓴 10여명의 중개인만이 경매에 참가할 수 있다. 직접 고기를 사는 외지인들은 이 중매인들을 통해 자기가 원하는 가격대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경매는 이뤄진다.
경매사가 고기가 든 통을 가리키며 주문을 외듯 소리를 높이자 앞에 선 중매인들의 손가락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옆사람이 볼 수 없도록 손은 점퍼 안에 감춘 채.
"12번 9만!!" 경매사가 끝을 올려 힘껏 말하자 뒤에 있던 사람이 잽싸게 그 통을 끌어갔다. 9만원에 낙찰된 것이다. 경매는 숨 돌릴 틈 없이 자리를 옮겨가며 날이 밝아올 때까지 계속됐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일하고 있다는 K(55)씨는 "여긴 폭풍주의보가 내려 배가 출항하지 못하는 날 빼고는 매일 이런 경매가 열린다"며 "어제오늘은 날씨가 추워 고기가 덜 잡혔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활어만 해도 수천만원에 이른다. 같은 고기라도 그날 잡힌 양에 따라 가격이 높고 낮아진다.
횟집을 하는 친구를 따라 구경 삼아 왔다는 김경숙(42·경주)씨는 "1년에 한두 번 이곳에 오면 정말 사람 사는 맛이 난다"며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철식 시민기자 ccs1520@naver.com
도움: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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