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살리기, 수질 해결이 관건"‥퍼사드 英 맨체스터대 교수

입력 2009-11-12 08:50:39

수질 모니터링 세계적 권위자 英 맨체스터대 퍼사드 교수

2011년 완공을 목표로 10일 낙동강 등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첫 삽을 떴다. 하지만 환경파괴 등을 이유로 사업 전면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강 정비 등의 치수 사업으로 가뭄·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과 심각한 환경파괴로 씻을 수 없는 환경재앙을 낳는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수질오염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는가가 4대강을 살리느냐, 죽이느냐를 결정짓는다는 것은 공통된 의견이다.

수질 모니터링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는 한국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11일부터 14일까지 대구EXCO에서 열리고 있는 '제8차 아시아 화학센서 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대구를 찾은 영국 맨체스터대 크리쉬나 퍼사드(Krishna C. Persaud) 교수를 만났다. 그는 화학센서를 이용한 수질감시 시스템 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 템스강 등 영국 내 6대강의 수질오염 모니터링에 적용한 인물이다.

◆지천, 샛강 관리가 중요

퍼사드 교수는 한국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했다. 이 때문에 퍼사드 교수는 먼 이국땅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토목사업을 지켜보기 위해 지난해 처음 한국을 찾은 이후 1년 새 다섯 번이나 발품을 팔았다. 올 6월에는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국가미래발전연구원 주최로 열린 'IT기반 4대강 살리기' 정책 세미나에 초청돼 영국의 수질관리 시스템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4대강을 모두 돌아봤어요. 본류에 대한 관리는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천에 대한 수질관리가 전무하다시피 했어요. 지천이나 샛강 관리가 안 되면 아무리 본류를 잘 관리한다 해도 헛수고죠. 또 지천 살리기와 하천의 모래밭을 살리는 것이 하천을 살리는 길입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성공 방안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첫째도 수질, 둘째도 수질관리라고 강조했다. "사업이 끝나면 강에 많은 배가 떠다닐 겁니다. 기름에 의한 오염은 당연하겠지요. 따라서 수질오염의 정도를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어떻게 실시간으로 측정해서 정화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환경을 보존하고 유지해나갈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지요."

◆영국의 수질은 IT로 관리

퍼사드 교수는 영국은 수질관리를 IT로 한다고 했다. 화학센서를 이용한 수질감시 시스템을 개발해 상용화한 퍼사드 교수의 노력이 컸다. 현재 영국 내 6대강에서 운영하고 있다. "영국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국과 비슷한 고정식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수질관리를 했어요. 하지만 막대한 시설투자가 필요했기에 많은 곳에 설치할 수 없는데다 일부 오염물질 측정에 한정돼 있어 지속적인 관리에 한계가 있었죠." 그에 따르면 낙동강의 경우 잊을만하면 페놀, 1,4-다이옥산, 퍼클로레이트 등의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이유도 우리나라의 이런 수질관리 시스템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영국의 강에는 배들이 많이 다니기 때문에 기름에 의한 오염이 심각해요. 기름은 물과 섞이지 않고 물 위에 떠있지요. 때문에 유속이 빠른 곳은 기름띠가 빠른 속도로 이동을 합니다. 오염이 빠른 속도로 확산한다는 얘기지요. 고정식 모니터링 시스템으로는 오염이 확산하기 전에 막는 것이 불가능해요. 또 언제든지 대형 오염사건이 발생할 수 있지요."

퍼사드 교수는 이후 작고, 저가인데다 모든 오염물질을 소량이라도 측정할 수 있는 수질감시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하천 곳곳에 많은 모니터링 기기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체계를 만들고자 했던 것. 시스템 구축엔 대학의 역할도 컸다. 아이디어와 연구는 교수가 맡고, 상용화는 대학이 책임졌다. 학교 산학협력단이 나서서 퍼사드 교수의 아이디어를 외부에 소개하고 투자자를 끌어온 것이다.

◆강에 맞는 맞춤형 수질관리

영국은 강의 수질관리를 일반회사인 'water company'가 맡고 있다고 했다. 정수장과 하수처리장 관리까지 이 회사가 한다. 대신 물을 공급하고 쓰는 권리를 준다고 했다. 하지만 물 관리를 못할 경우 회사문까지 닫을 정도로 페널티가 엄중해 수질관리가 철저하다고 했다.

퍼사드 교수는 "물론 환경관리국이라는 정부기관이 있지만 어느 나라 공무원과 비슷하게 느슨하다"며 "특히 강마다 환경이나 유기화학물질 분포 농도 등이 다르기 때문에 한 개 강을 한 개 관리회사가 맡아야 맞춤형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도 4대강의 특성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한 곳에서 컨트롤할 것이 아니라 강마다 수질 모티터링 본부를 따로 두고 맞춤식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효율적"이라고 충고했다. 지난달 구미에서 출범한 수질오염방재센터급의 규모가 아니라 낙동강 관리에 의사결정권을 가진 본부급이 와야 한다는 것이다.

퍼사드 교수는 "한국은 IT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IT를 접목한 수질 모니터링 시스템 활용이 용이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핵심은 수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린 만큼 실시간으로 지속적인 수질감시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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