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계고 '특색있는 학교만들기' 올인

입력 2009-11-10 14:19:35

자사고 마이스터고와 견줄 뭔가가가 필요해!

청구고
청구고 '시읽기를 통해 EQ를 높이는 학급' 수업모습.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건고의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건고의 '대건교양강좌'.
동부고 학생들은 커리어북 작성으로 스스로의 진로를 결정한다.
동부고 학생들은 커리어북 작성으로 스스로의 진로를 결정한다.
대구자연과학고
대구자연과학고 '농생명체험학습'.

일반계 고등학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를 추진해 자율형 사립고와 기숙형 공립고, 마이스터고 등에 대한 다양한 육성책을 내놓으면서 점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특목고들이 특화된 교육프로그램으로 우수학생 유치에 성공하고 있어 '좋은 대학 희망학과에 진학시키려는 현실적 목표'에서조차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특색 있는 학교 만들기' 사업을 통해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고 있는 학교들이 있다. 이들 학교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프로그램으로 수요자 모두가 만족하는 교육에 나서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특색있는 학교 만들기 선도학교'에 선정된 대구자연과학고와 대건고, 동부고, 청구고를 찾아 일반계고의 활로를 찾아봤다.

◆청구고='바른학력, 인성·진로, 생활지도를 위한 교육과정 선도학교'를 목표로 E.D.D.(자아발견성장) P.R.A(학생주도 자율학습) P.T.A(학부모와 함께하는 생활지도) 등 특색 있는 교육과정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력향상은 물론 인성지도, 생활지도에 나서고 있다.

당초 이 학교가 특색 있는 학교에 올인하게 된 것은 수성학군에 인접해 있다는 불리함 때문이었다. 인근 수성학군 학교들에 우수학생을 빼앗기면서 수년째 학생들의 학력저하 현상으로 고민해 왔던 것. 그러나 특성화라는 무기(?)를 장착하면서 학력 높이기에 성공, 지역 최고의 명문고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특색 있는 학급 만들기' 프로그램을 도입해 학생·학부모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노트정리 잘하는 학급' '지각없는 학급' '휴지를 버리지 않는 학급' 등 각 학급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특화된 수업과 과외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보다 직접적이고 효과적으로 교육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됐다.

'시읽기를 통해 EQ를 높이는 학급' 학생이라고 소개한 이 학교 2학년 12반 권도헌군은 "교과서에 나오는 시들이 일방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데 반해 특색 있는 수업을 통해서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들을 배우고 있다. 또 시를 가지고 반 친구들과 자유롭게 토론하고 생각을 나누는 동안 자연스럽게 시를 파악하는 힘을 기를 수 있어 학업성적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 학교 황병성 교장은 "특색 있는 학급은 단순히 하나의 목표를 이루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테마를 통해 궁극적으로 교실 내에서 학생들이 자기 진로를 결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건고='보람과 감동이 넘치는 대건공동체 만들기'가 이 학교의 특화상품이다. 이를 위해 맞춤형 진학지도, 학습 부진 학생 격려 프로그램,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프로그램 등 다양하고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세부사업의 하나로 매월 첫째 셋째 주 수요일 저녁시간을 이용해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의 교육과 야외 문화체험을 하는 '대건교양강좌'를 열고 있다. 내달까지 이어지는 이 강좌는 매회 100여명의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들이 참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자리에는 학부모들이 알아야 할 입시정보와 학부모 알리미 서비스, 우리 문화와 자녀상담기법 등 다양한 내용이 소개된다.

특히 이 학교에는 학습부진아를 위해 특별반을 꾸리고 있다. '열공'(열심히 공부하는)반이다. 공부할 의지는 강한데 방법을 몰라 헤매는 학생들을 위해 만든 학급이다. 매학기 초 1, 2학년을 상대로 모집하고 성적이 낮은 순으로 학생들을 뽑는다. 매주 월·금요일 오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운영되는 열공반은 수준별 그룹지도를 통해 영어와 수학의 기초를 다질 수 있어 인기다. 올해 이 학급에 지원했다 떨어진 학생만 10여명에 이를 정도다.

또 수요일에는 자아 정체성 확립을 위해 심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학습의욕을 고취하고 있다. '스스로 공부해야겠다'는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학교 이두영 교감은 "학습 의욕에 비해 환경이 여의치 못한 학생들이 많아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해 열공반을 편성했다"고 했다.

◆동부고=이 학교는 획일적이고 천편일률적인 교육과정을 거부하고 자율적 교육활동 활성화를 위해 '동부 i 3S' 시스템을 도입했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학교 교육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특징으로 부모와 자녀, 교사 간의 소통의 장을 마련해 학생이 행복해 하는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

학생은 'i-SUCCESS' 프로그램을 통해 전체 교과목에 대해 스스로 1년 단위의 스터디북과 3년 단위의 커리어북을 자율적으로 기록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를 보다 분명하게 설정하고 자연스레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학부모는 'i-SHARE' 과정을 통해 제공되는 자녀의 학습 및 개인별 성장과정을 통해 자녀에 대한 미래와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자녀의 목표가 무엇인지 학습진도 상황은 어떤지 학교가 제공하는 온라인 정보로 일일이 확인이 가능하다.

이 모든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교사는 교육활동 지원프로그램(i-SUPPORT)을 지원한다. 온라인으로 교육활동에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제공하고 학생들의 활동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커리어북은 학생진로를 정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있다. 이 학교 김병수 교장은 "열심히 공부하는 것 못지않게 인생의 목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학생들에게 커리어북을 만들게 하고 있다. 이를 만들어가는 동안 학생 스스로가 원하는 진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대구자연과학고=이 학교에서는 철마다 다양한 체험행사가 열린다. 자연환경 체험교육을 통한 즐거운 학교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봄에는 '봄의 향연', 여름에는 '농생명체험학습', 가을에는 '국화대제전' 등 학생과 학부모, 지역주민들이 함께하는 축제가 열린다. 이 행사를 통해 학생들은 행사에서 직접 농기계를 운전하고, 자신이 기른 꽃을 전시하며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현장에서 적용하고 활용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또 수목원과 자연탐방로, 관찰학습원 등 학교 시설을 항상 개방하고 있다. 학생이나 지역 주민들이 시간에 구애없이 언제든지 체험학습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와 별도로 '즐거운 아침을 여는 조기 자율학습'을 운영할 계획이다. 학습 활동 시간은 오전 8시 이전까지 운영하며 독서프로그램, 체력향상과 건강증진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학생들이 취미와 적성을 고려하여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 학교 김홍주 교장은 "아름다운 교정을 자연체험장으로 삼아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즐거운 학습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창의적인 직업 탐구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욕구와 흥미에 맞는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를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