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살림살이를 책임질 단체장과 의원을 뽑는 지방선거가 몇 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정당은 물론이겠고 시민사회단체들이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두고 논의가 뜨겁다. 시민단체와 선거.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2000년 낙천낙선운동이 남아있을 것이고 정책 제안 운동, 매니페스토 운동과 함께 대구지역은 아니지만 여러 지역에서 선거에 직접 출마하여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모든 방식의 기저에는 공직 선거는 후보와 정당만의 몫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방선거는 정당과 후보,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유권자 전체의 주요한 일거리이자 과제이다.
2006년 지방선거를 더듬어 보자. 시민단체들이 지방선거 대구 시민연대를 결성하여 대구시장 후보 등의 공약을 분석 발표하는 활동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어느 당 할 것 없이 대구시장 후보의 공약은 대동소이했다.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은 초대형 개발공약이라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정당들 간의 차별성이나 후보들 간의 차별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 미리 준비한 평가지표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두고 난감해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후보들의 입과 공약집에서 또다시 이러한 공약을 보고 싶은가? 결론적인 얘기겠지만 다른 주장, 다른 공약을 보고 싶다. 후보들의 공약을 보고 가슴이 뛰었으면 한다. 뭔가 희망이 있겠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공약을 준비한 후보를 만나고 싶다.
사실 국제금융 위기, 비정규직 확대, 청년실업의 증가 등으로 우리의 삶은 매우 팍팍해졌다.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큰 문제가 된 듯하다. 여기에 자녀 교육 문제, 주택 문제까지 겹쳐 모든 국민의 관심이 여기에만 머물러 있는 듯하다. 대구는 최근 몇 년간 지역의 경제성장률이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꼴찌이고 실업률도 전국 최악의 상황으로 1년 사이에 50%가 증가했다. 상황이 이러니 지방선거라고 별 수 있겠는가. 성격상 개발위주의 공약, 규모면에서 대형 공약, 분야에서 경제 산업위주의 공약이 모든 공약에 우선되고 나아가 그러한 공약만 잘 짜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 것이라 분석을 하는 것은 당연한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당 저당, 이 후보 저 후보의 차이가 없어질 것이다. 과연 이런 식의 모습이 올바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지역의 경제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역민이 잘먹고 잘사는 것도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 진짜 잘먹고 잘살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정말로 지금 대구지역 상황을 고려할 때 필요한 공약은 한마디로 말해 '희망'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대구의 미래를 위해 내생적 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내생적 발전전략을 경제산업적으로만 접근한다면 지금까지의 오류를 또다시 범할 수 있다. 대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비전이 무엇인가를 두고 아래로부터의 논의와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공유하는 가운데 주민의 참여를 통해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나가는 전략이어야 한다. 바로 희망을 합의하고 공유하는 과정이다. 희망은 대형 프로젝트 한 방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확인했다. 희망은 시민 개인의 삶에서 구체적으로 느껴야 희망이랄 수 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후보와 정당, 지역민이 대구의 희망이 무엇인지를 합의하는 과정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무엇 무엇을 유치하고 어디를 파헤쳐서 무엇을 만들고, 몇천억원을 쏟아부으면 모두가 잘살 수 있다는 식의 오류를 반복할 주장에 기댈 것이 아니다. 희망이라는 총론을 두고 일자리, 비정규직,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 증가하는 고령층, 안전한 먹을거리, 사회적 일자리, 경제발전, 공동체, 주민의 참여 등의 각론을 조화롭게 짜야 한다. 경제발전과 주민참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아는 후보, 청년실업 문제를 사회적 일자리를 통해 해결해 보겠다는 도전 의식을 가진 후보, 대구시장이 되면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시민의 동력을 끌어내고 참여하는 가운데 희망을 만들 줄 아는 후보, 이런 후보를 만나고 싶다.
윤종화 대구시민센터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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