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는 역시 강했다. 압박, 개인기, 스피드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을 압도했고 빈틈이 없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 청소년축구대표팀은 10일 새벽 나이지리아 칼라바르의 UJ 에수에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9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8강전에서 개최국 나이지리아에 1대3으로 분패, 사상 첫 4강 진출에 실패했다. U-17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U-20 월드컵에 이어 8강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아프리카의 벽을 넘지 못하고 4강 문턱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경기는 나이지리아가 주도했다. 2007년 한국 대회 우승 등 역대 최다 우승국(3회)인 나이지리아는 경기 시작부터 개인기와 스피드를 바탕으로 위협적인 역습을 선보이며 한국을 밀어붙이다 전반 23분 아제즈가 왼발 슛으로 먼저 한국의 골망을 갈랐다. 나이지리아에 밀려 이렇다할 공격을 보이지 못하며 고전하던 한국은 전반 40분 손흥민(동북고)의 번개같은 기습 중거리슛으로 균형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며 역전을 노렸지만 나이지리아는 더 이상 허점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후반 들어 5분 만에 아자군이 결승골을 터뜨리며 주도권을 이어갔다. 한국은 이후 경기를 뒤집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후반 막판 체력과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후반 40분 엔보흐에게 쐐기골까지 허용, 결국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개최국이자 세계 청소년 축구 최강 나이지리아를 맞아 분전했지만 종종 어이없는 실책과 자신감 없는 플레이를 보였고 패스의 정확도와 집중력도 떨어져 경기 흐름의 맥을 끊고 역습을 허용하기도 했다. 특히 '착한' 축구로 상대 압박에 실패, 미드필드에서 밀리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래도 한국의 어린 선수들은 놀랄만한 성장과 기량을 선보이며 1987년 캐나다 대회 후 22년 만에 8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20세 이하 '형님들'의 8강 진출에 이어 17세 이하 동생들까지 8강에 오르며 세계 최강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혔다. 그러나 U-20 월드컵에서 카메룬·가나에 이어 U-17에서도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팀에게 잇따라 발목을 잡히며 4강 진출에 실패하는 등 아프리카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 '아프리카 징크스'를 깰 대책 마련의 숙제도 남겼다.
한편 나이지리아는 연장 접전(3대3) 끝에 승부차기(4-2)로 우루과이를 꺾은 스페인과 4강전을 치른다. 또 17세 이하(U-17) 월드컵 본선에 처음 출전한 스위스도 이탈리아를 2대1로 제압하고 4강에 올라 터키를 승부차기 끝에 누른 콜롬비아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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