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도 좋은 경험, 금융公 기반 다지기 전력"…유재한

입력 2009-11-09 14:41:26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

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이 잠시 동안의 정치권 외도를 끝내고 본업인 '금융'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총선에서 배영식 의원(대구 중남구)과 함께 대구 경제 회생을 이끌 전문가로 한나라당 달서을 후보로 전략공천되면서 정치권에 깜짝입문한 유 사장은 총선 실패 후 1년여 동안 한나라당 정책실장으로 여당이 추진하는 정책 전반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면서 '정치인 유재한'으로의 변신을 꾀했다.

그러나 유 사장은 '태생적'으로 정치인이기보다는 공직자이자 금융전문가다. 경북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20회)에 합격, 곧바로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경제기획원과 통합된 재경원과 재경부에서 국고국장, 정책조정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FIU), 정책홍보관리실장 등을 거쳤고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가 총선에 차출하기 직전까지 1년 남짓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외환위기 당시엔 산업자금과장을 지냈고 다음해 금융정책과장을 지내면서 IMF 직후의 금융분야 구조조정 작업의 기틀을 닦기도 했다. 한마디로 정치와는 거리가 먼 공직생활이었다. 총선 당시 그가 공천되자 그를 아는 주변사람들은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그는 총선 출마라는 '외도'를 선택한 것에 대해 "대구가 고향인데 늘 대구 갈 때마다 대구가 엉망이고 특히 경제에 대해 여러가지 아쉬움이 많았다"며 "경제전문가로 현실적으로 그런 점에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출마 제의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출마는)좋은 경험이었고… 그런 일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왔겠느냐." 이 같은 언급처럼 그가 새로 출범한 정책금융공사 초대사령탑을 맡게 된 것은 금융전문가로서의 경륜과 더불어 여당 후보로 출마, 아깝게 낙선한 정치적 배경도 작용했을 것이다. 강 전 대표가 각별히 챙겼다는 후문도 들린다.

그는 정책금융공사와 산은지주와의 관계 정립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책금융공사는 정부가 100% 출자한 공사이지만 올 연말까지 산은지주 주식이 정책금융공사에 100% 현물출자되면 정책금융공사가 산은지주의 '아버지'가 되는 셈이다. 그는 산은지주와의 관계에 대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산은지주와의 관계 정립이 숙제 중 하나"라며 내부 경영 간섭은 하지않겠지만 경영 성과에 대해서는 주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당연히 행사하겠다"고 했다.

정책금융공사의 역할에 대해 그는 그동안 산업은행이 해오던 정책금융 외에 중소기업 지원과 신성장산업, 미래산업, 녹색산업 투자 등을 추가했다. 정책금융분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과거 정책금융은 해외 원조자금과 차관, 특별기금 등을 통해 조성된 저리자금으로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분야를 정책적으로 지원했다면 지금은 그같은 저리자금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그러나 정부 보증이라는 우리 공사의 장점을 이용, 저리자금을 모아 시장에서 리스크가 크거나 장기투자가 필요한 부분, 규모가 대형인 사업 등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공사가 주목하고 있는 '신성장산업'은 위험부담이 큰데다 장기투자가 필요한 사업으로 시중은행이 감당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설명했다. 그는 "4대강 사업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분야"라고 덧붙였다. 또 "중소기업 지원도 직접 대출이 아니라 펀드 등을 통해 지원하거나 시중과 지방은행을 통할 것"이라며 '도매금융'을 지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치 이야기로 되돌아가자 그는 "정치를 '정치인 스타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치권에 대한 아쉬움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이어 "아쉬운 점은 (지난 총선에서) 최선을 다했느냐고 자문할 때 쉽게 생각한 적이 없지않았고 그래서 전력투구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는 "현재로서는 새로 출범한 정책금융공사의 기반을 바로 잡는 일외의 다른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수화 증권예탁결제원 사장과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 도명국 현 대우증권 감사 등이 그의 경북고 동기들이다. 아마바둑 5단일 정도로 바둑에 조예가 깊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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