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지금]저출산 시대의 산부인과

입력 2009-11-09 14:52:47

모든 여성질환 '원스톱'진료기관 거듭나기

▲저출산 시대에 산부인과들이 살아남기 위해 최고급 산후조리실과 개인 분만실, 산모대학 등을 마련하는 등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효성병원
▲저출산 시대에 산부인과들이 살아남기 위해 최고급 산후조리실과 개인 분만실, 산모대학 등을 마련하는 등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효성병원'대구미래여성병원 제공

'분만실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는 가족, 신생아의 우렁찬 울음소리, 막 태어난 아이를 감격의 눈물로 맞이하는 부부….'

산부인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이다. 하지만 더 이상 산부인과는 출산만 하는 곳이 아니다. 저출산 시대를 맞아 생존의 기로에 선 산부인과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달라야 살아남는다

요즘 산부인과 전문병원은 다양한 클리닉을 마련해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대구지역 여성병원은 현재 10여곳으로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효성병원은 분만뿐만 아니라 여성과 관련된 모든 질환을 '원스톱'으로 진료한다. 당뇨와 고혈압, 유방'갑상선 질환 등 여성과 관련된 모든 질환을 치료한다. 외과와 내과, 방사선과가 있고 아동병원과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병원에 있는 산후조리원의 아기방도 분산시켜 감염 위험을 낮췄다. 산부인과와 소아과 전문의가 수시로 아이를 돌봐준다. 과거 분만과 달리 자연친화적인 분만을 시도하고 있다. 예전엔 분만실도 수술실처럼 조명이 밝았다. 하지만 막 태어난 아기는 환한 불빛에 놀라기 마련이다. 그래서 조명을 어둡게 한다. 아기는 엄마와 떨어지면 당황하기 때문에 엄마 가슴에 올려줘 엄마의 심장소리를 듣게 해준다. 요즘엔 출산 뒤 산모와 아기를 떼어놓지 않는다. 엄마와 좀더 있게 함으로써 아이의 뇌 발달과 정신적 안정을 돕기 위해서다.

효성병원은 연말쯤 7층 건물을 증축한다. 새 건물엔 개인 분만실과 수술실, 아기방, 입원실, 환자 휴게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효성병원 박경동 원장은 "산모들이 두려움 없이 아이를 낳고, 찾아오고 싶은 산부인과를 만들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여성병원은 1년6개월 전 4층 건물을 신축했다. 가족'개인 분만실과 분만 대기실을 늘리고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했다. 예전엔 분만대기실에 여러 명의 산모들이 있다보니 사생활 보장이 어려웠다. 요즘엔 가족들이 한방에서 분만을 기다리고 원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출산할 수 있게 됐다. 공 분만과 그네 분만 등 다양한 분반법으로 출산에 대한 공포도 없애준다.

임신부들의 교육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미래여성병원 김경열 원장은 "출산율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병원과 차별화를 이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 의원 생존 몸부림

여성전문병원과 달리 개인 산부인과는 생존의 위기에 직면했다. 분만을 아예 하지 않는 곳이 많다. 이 때문에 임신부들이 잘 찾지 않는다. 개인 산부인과는 요실금 치료와 질성형수술 등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피부와 비만클리닉 등을 운영하기도 한다. 대구 A산부인과는 4년 전부터 분만을 포기하고 불임환자 치료로 진료과목을 바꿨다. 출산율이 줄고 있지만 불임환자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산부인과가 위기인 것은 여성전문병원과의 경쟁이 힘들기 때문이다. 산부인과는 다른 병원에 비해 인력이 세 배 정도 더 든다. 아이와 산모를 동시에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위험 부담도 높다. 의료사고율은 높은 반면 수가는 턱없이 낮다는 것이 산부인과 의사들의 불만이다. 자연분만의 경우 분만 비용이 2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구 종합병원 산부인과의 수련의 확보율은 50%에 불과하다.

산부인과의 부익부 빈익부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개업 5년 이상 된 대구 산부인과 67곳 중 58곳(86%)이 지난 5년 동안 단 한 번도 분만시술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북에는 의성군을 비롯해 군위'영양'영덕'청도'고령'성주'예천'봉화 등 9개 군에 산부인과가 없어 이곳 임신부들은 대도시 원정 출산이나 기본적 산전 진찰을 위해 장거리 진료를 받아야 한다.

대구시내 한 산부인과 의원 원장은 "저출산이 계속되면 산부인과 전문의가 갈수록 부족해질 것"이라면서 "일본처럼 분만을 하지 않는 곳이 늘어 출산할 병원을 찾는 것도 힘들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산부인과의 진화

1960년대 6명 정도였던 여성 1인당 출산은 경제성장이 가속화하는 70년대 4명, 80년대 2명 등으로 급속히 떨어졌다. 이에 따라 산부인과도 시대별로 진화하고 있다.

▷1970년대=개인 산부인과 의원 안에 의사의 자택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출산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간호사들도 이곳에서 먹고 자면서 분만을 도왔다.

▷1980년대=주거환경이 바뀌면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출퇴근하게 됐다. 의료사고가 빈번해지면서 분만을 기피하는 산부인과가 생겨났다.

▷1990년대=출산이 점점 감소하면서 저출산이 본격화됐다. 산부인과는 점점 더 분만을 기피하게 됐다. 산모들은 개인 의원보다 좀 더 큰 병원을 선호하게 됐다.

▷2000년대=산모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아이를 낳기 위해 여성전문병원을 찾기 시작한다. 대구에는 10여곳의 여성전문병원이 생기면서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하게 됐다. 10년 전보다 출산은 50% 준 반면, 여성전문병원은 5배 증가했다.모현철기자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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