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심이 깊어야 聖음악 가능하죠"

입력 2009-11-09 14:58:19

로마 교황청 성음악대 7년 유학 마친 곽민제 신부

▲곽민제(미카엘·37)신부는 7년간의 로마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국내 몇 안되는 전례 음악 전공 사제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곽민제(미카엘·37)신부는 7년간의 로마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국내 몇 안되는 전례 음악 전공 사제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성(聖)음악은 일반적인 음악과는 다릅니다. 하느님의 '말씀' 위에 멜로디를 입혔다고 해야 할까요. 믿음과 신앙의 깊이가 음악의 근간이 되어야 하지요."

5일 대구 중구 남산동 대구가톨릭대 신학교에서 만난 곽민제(37·미카엘) 신부는 국내에서는 드물게도 로마에서 교회 전례 음악(성음악)을 전공한 사제다. 그는 '교황청립(立) 성음악대학'(Pontificio Institutio Di Musica Sacra)에서 만 7년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지난달 중순 귀국했다.

곽 신부는 1남 4녀 중 외아들로 아버지를 따라 가톨릭 신자가 됐다. 사제 신분으로 음악 유학을 떠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독학으로 익힌 피아노로 중·고등학생(순심)때 본당 미사 반주를 도맡곤 했어요. 2000년 사제 서품을 받고 계산성당 보좌신부로 재직하다, 교구의 부름을 받고 2002년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성음악대학은 1911년 성 비오 10세 교황이 가톨릭 전례음악의 발전과 교회 음악 봉사자들의 육성을 위해 설립한 기관으로, 바티칸에서 승용차로 10분 가량 떨어진 교외에 자리잡고 있다. '작곡' '합창 지휘' '오르간' '그레고리오 성가' '음악학' '피아노 마스터 코스' 등의 다양한 전공을 두고 있으며, 교수·학생 등 70여명이 공부하고 있다. 고(故) 이문근 신부가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이 학교에서 수학(1949~1955)했다. "첫 해에 제가 입학했을때만 해도 동양인 남학생은 저 혼자였습니다. 지금은 베트남, 인도 등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입학해 동양인이 15명 가량 됩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인 학생들은 성실함이 돋보인다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요."

가톨릭에서는 전례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는 '성음악은 성대한 전례에 필수불가결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고 정의를 내렸다. 하느님의 말씀이 가진 풍요함과 거룩함, 장엄함을 높이고 신자들의 기도를 도와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곽 신부는 성음악대학에서 '합창 지휘'(Maestro Di Cappella)를 전공했지만, 음악 작곡과 성가단 단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오르간 연주 실력도 수준급. 로마에서의 유학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첫 해는 예비 과정으로 이탈리아 언어와 입학시험 준비를 했고, 나머지 6년 동안은 전례 음악 작곡과 지휘 등을 공부했어요. 매주 작곡 숙제가 나왔기 때문에 바빴습니다." 하지만 성탄·부활·여름방학에는 여러 나라의 교회 음악 전통을 따로 배우기도 했고, 바티칸 시국에서 추기경과 주교들의 피정때 성가 단원으로 참가해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등 뜻깊은 경험을 하기도 했다.

곽 신부는 요즘 로마에서 작곡한 10여 곡의 무반주 합창곡들의 악보를 정리해 책으로 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노래 가사는 대부분 교회 전례문이나 기도문 중에서 채용했다. 그는 성음악을 작곡하려면 재능을 가진 음악인에 앞서 참된 종교인, 신앙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창을 하다가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 적이 있습니다. 작곡가의 신앙의 깊이가 가슴 깊이 전해져온다고 할까요? 그래서 저도 곡을 쓰기 전에 가장 먼저 말씀을 묵상합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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