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종플루 주춤하지만 방심은 말아야

입력 2009-11-07 14:48:37

신종플루가 주춤하고 있다. 지난주 하루 1만 명에 이르던 확진 환자 수가 이번 주 초를 고비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내원 환자도 눈에 띄게 줄고 항바이러스 치료제 처방도 감소세다. 의학적인 감소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의심환자에 대해서도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처방하도록 하는 대책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또 집단 휴교'휴업과 대형 행사 자제도 확산을 막는 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우선 순위에 따른 백신 접종도 일부에 그치고 있고, 그 면역 효과도 2주 정도가 지나야 나타나기 때문이다. 겨울에 더욱 기승을 부리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날씨가 추우면 언제라도 다시 나타날 수 있는 것도 걱정스럽다. 또 백신이 크게 모자라 접종을 하지 못한 사람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약을 먹고 푹 쉬면 낫는다고 하지만 전염성이 워낙 강해 국민이 민감한 것이다.

이번 신종플루 사태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교훈을 준다. 정부는 전염병으로서는 처음으로 경보 단계를 최고인 '심각'으로 올리며 총력 대응을 했지만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 이어 인터넷에서는 항바이러스 치료제에 대한 괴담까지 떠돌면서 이를 퍼트린 학생이 붙잡히기도 했다.

반면 전문가인 의료진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전염성이 강하지만 독성은 오히려 계절성 독감보다 약하다는 것이다. 그 근거는 치사율이다. 신종플루의 치사율은 0.03%로, 인플루엔자 독감의 사망률인 0.1%에 크게 못 미친다. 여느 독감과 비슷하게 적절하게 치료하면 별문제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고위험군 환자는 물론, 20대의 건강한 사람까지 사망하면서 위기감이 높았다. 일부에서는 젊은 층 환자가 많아 사망자도 늘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어 백신 접종 때는 몇 시간씩 줄을 서 기다리거나 접종한 노령자가 사망하는 일도 잇따랐다.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병의 위험성이 크게 부각됐고, 정부도 우왕좌왕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남은 싸움에서 더 이상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은 더욱 개인 위생에 힘써야 한다. 지나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쉽게 생각해서는 더욱 안 된다. 정부도 백신 확보에 더욱 힘을 기울여 국민에게 약속한 기일 내에 접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초기 대응이 늦고, 모자랐다면 마무리라도 잘 해야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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