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우리 아파트 무료 한자 서당…율하동 유먼시아 5단지

입력 2009-11-06 07:47:38

아파트관리소장이자 훈장님인 김홍균씨가 주말에 아파트를 찾아와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아파트관리소장이자 훈장님인 김홍균씨가 주말에 아파트를 찾아와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孟母三遷 읽을 수 있는 사람" "맹모삼천요?""뜻을 아는 사람" "맹자는 이사를 좋아한다…."

24일 주말 오후 대구시 동구 율하동에 있는 율하 휴먼시아 5단지 15㎡ 규모의 아담한 도서관에서 한자교실이 열리고 있었다.

평일에는 도서관으로 이용되지만 주말 오후 2시부터 80분간 한자 공부방으로 사용되는 곳이다. 이 아파트에 사는 10여명의 어린이에게 한자를 가르치는 훈장님은 한자 1급 자격증을 소지한 칠곡 화성3차타운 관리소장 김홍균(45· 북구 구암동 )씨다.

사자성어를 가로로 쓴 다음 한글자 한글자 음과 뜻(훈)을 일일이 설명하며 각자 쓰임과 부수 등을 일일이 가르치며 대화식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김씨가 이 아파트에서 무료로 한 달에 두번 주말(2·4주. 놀토)을 이용해 무료 강의를 시작한 것은 올해 8월부터다."요즘 학생들의 한자실력이 저하돼 이를 조금이라도 향상시키고 한자교육의 열기를 고취하는데 조그마한 보탬이 되고 싶었어요." 입주한 지 얼마되지 않은 이 아파트에 근무하는 관리사무소장이 한자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입주민의 자녀에게 한자 한글자라도 더 알리려는 마음이 일치해 시작한 일이다.

자녀와 함께 한자교실에 참여하고 있는 입주민 김은제(35·여)씨는 "아들 제민(6)이가 한자 그림책을 보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함께 공부하다보니 더 흥미를 갖게 되는 것 같다"며 "아파트에서 무료로 교실을 운영해줘 고맙고 선생님도 친절히 가르쳐 주시니 감사하다"고 했다. 최수민(7)군은"어렵지만 많은 한자를 알 수 있어 재미있다. 한자 실력을 친구들 한테 자랑한다"며 지금껏 한번도 빠짐없이 참석했다며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0월말 입주한 830가구 국민주택인 이 아파트 양종균(59) 관리사무소장은 "아파트에 무료 자원봉사 활동이 많지만 그 중 한자교실은 부모님들의 관심 속에 수업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열기가 대단하다"고 했다.

훈장님 김씨는" 몇군데서 강의를 의뢰해왔지만 본업이 있기에 일일이 강의를 못해줘 미안하다"고 했다. 주말 오후 먼길을 달려와 학생들을 위해 한자교실에 봉사하는 김씨의 모습에서 뿌듯함이 느껴졌다.

권오섭 시민기자 imnewsmbc1@korea.com

도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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