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하다고요? 정통식은 달라요
이탈리아문화예술관이 대구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서울에 있는 주한이탈리아문화원 외에 지방에는 유일한 이탈리아문화예술관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알덴떼'에 있다. 이탈리아문화원장이 알덴떼에 비밀리에 다녀와 이탈리아 정통 음식에 대한 열정을 확인한 후 지난해 이탈리아문화예술관으로 지정했다.
이것은 정원화(49) 원장이 10여년간 지역사회에 이탈리아 음식 사랑을 퍼뜨린 결과다.
정 원장은 10여년 전, 무역업을 계기로 이탈리아 음식을 만나게 됐다. 이탈리아 음식에 본격적으로 매료되면서 이탈리아 현지에서 요리를 배웠다. 1천여가지나 되는 파스타, 오랜 음식 전통, 인스턴트 없는 웰빙 음식인 이탈리아 음식은 배울수록 매력적이다. 그래서 그 매력을 나누기 위해 정 원장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음식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3개월 과정 이상 요리 수업을 들은 사람은 2천여명. 엄청난 숫자다. 아카데미 출신으로 레스토랑을 오픈하거나 셰프로 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8년째 요리를 배우는 사람도 있다. 지역의 음식 문화에 큰 영향을 준 셈이다.
"사실 요리 자체는 기본만 할 수 있으면 기술적으로 누구나 가능하죠. 중요한 것은 요리를 문화적 차원으로 접근하는 거예요. 테이블 매너에 남을 배려하는 에티켓과 전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거든요."
정 원장은 요즘에도 1년에 두차례 이탈리아 현지에 가서 공부를 한다. 맛이 좋은 레스토랑의 비결을 알기 위해 일주일 동안 밥을 먹으며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올리브오일 농장, 포도 농장 등을 일일이 방문해 최고 품질의 식재료를 확보한다. 순전히 '발품'을 팔아 노하우를 쌓아왔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노래, 사랑을 가장 중요시하죠. 저녁이면 집 근처 레스토랑에 가서 2, 3시간 동안 와인을 곁들여 식사를 하면서 대화와 노래를 즐기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에요."
지금이야 흔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요리 강의 때 '올리브오일'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하지만 요즘은 유럽 음식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그는 '이제는 유럽 음식'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영향으로 모든 음식이 패스트푸드화됐지요. 이제 세계는 건강을 위해 슬로 푸드에 다시 주목하고 있습니다. 유럽 음식이 다시 주류가 되고 있죠."
이탈리아 음식에는 인스턴트가 없다. 비교적 요리 방법도 간단해 요즘엔 중년 남성들이 요리를 배우기 위해 찾아온다. 밀가루에 효모와 올리브오일, 소금만 첨가해 만든 정통 피자는 우리나라 할머니들도 좋아하는 메뉴. 이탈리아 음식을 두고 '느끼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퓨전화된 음식이 대부분이고, 정통식은 우리 정서에도 꼭 맞단다.
테이블 세팅이라고 하면 거창하고 화려한 밥상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것은 이탈리아인 그네들의 에티켓이자 밥상머리 교육이다. 이탈리아 아이들은 한 시간 동안 식탁에서 꼼짝 않고 식사하는 방법을 배운다. 식당에서 마구 뛰어다니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 원장의 지론이다.
"앞으로 아이들에게 남겨줄 것은 종교와 음식문화라고 생각해요. 글로벌 비즈니스가 일상화되고 있으니까, 1년에 한두번이라도 정식으로 테이블 세팅해서 아이들에게 식사를 즐기는 문화를 가르치는 것도 엄마의 몫이겠죠."
정 원장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알덴떼는 예약제로 운영된다. 3, 4일 전에 예약하면 전채요리와 샐러드 각 2가지, 파스타, 스테이크, 디저트, 에스프레소까지 포함된 이탈리아 풀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스테이크는 레어(rare) 상태로 구워내는데, 고기가 신선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방식. 좋은 고기를 12시간 숙성시켜 예약 시간에 딱 맞춰 내놓는다. 1인당 3만원. 요리 수업이 늘 주방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방과 식재료는 언제나 오픈되어 있어 믿을 수 있다. 상동교에서 앞산순환도로방향 100m쯤 버스정류장 앞에 위치해 있다. 053)475-9097.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尹 지지율 46% 나와…2030 지지율도 40%대 ↑"
박수현 "카톡 검열이 국민 겁박? 음주단속은 일상생활 검열인가"
'카톡 검열' 논란 일파만파…학자들도 일제히 질타
이재명 "가짜뉴스 유포하다 문제 제기하니 반격…민주주의의 적"
"나훈아 78세, 비열한 노인"…문화평론가 김갑수, 작심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