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경기회복과 원화 가치

입력 2009-11-04 15:21:09

최근 들어 세계경기의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다. 실제 올해 3/4분기 중 영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선진국이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다. 우리나라도 전분기 대비 2.9% 성장함으로써 세계에서 경기회복이 가장 빠른 국가 중의 하나로 외국 언론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세계경제가 다시 하강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소위 '더블딥'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다.

지표상으로는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는 것으로 보이면서도 더블딥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는 것은 경기회복이 주요국들의 재정지출 확대 등 경기 부양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인식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무작정 확대하기는 힘들다. 우리나라도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로 재정수지가 악화하고 정부 부채가 크게 늘어났다. 그나마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다소 양호한 편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정부 부채는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만간 민간부문의 성장동력이 활성화되어 정부부문의 경기부양 효과를 대체하지 못하면 경기회복이 느려지고 심하면 다시 경기침체로 돌입하는 더블딥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기회복을 지탱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환율의 움직임이 매우 중요하다. 해외부문의 가격경쟁력 제고를 통해 경기회복을 도모하는 데에는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금융위기에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빠르게 회복한 이유가 원화가치의 하락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는 환율효과와 정부의 경기부양이 없었다면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이 사상최대의 적자를 나타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원화의 대달러 환율은 올해 3월 2일 1달러당 1천574원까지 상승한 후 하락해 10월 30일 현재 1천180원까지 낮아졌다. 올해 초에 비해서는 7% 이상 절상된 수준이며, 올해 3월 2일 환율 최고점에 비해서는 약 25% 절상된 수준이다. 물론 금융위기 이전인 지난해 초에 비해서는 20% 정도 절하되어 지금 당장은 기업들이 크게 위기를 느낄만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우리의 경쟁대상국인 일본과 중국의 통화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일본 엔화의 경우 지금까지 상당 폭이 평가 절상돼 자동차, 반도체, 전기'전자제품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상품의 대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어 왔다. 그러나 그동안 엔화 환율에 직접적인 개입을 자제해 온 일본 정부도 최근 들어서는 변화하고 있다. 취임 초기 엔화 약세를 지지하지 않아 일본 기업으로부터 비난받았던 일본 재무상도 최근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90엔을 넘자, 시장 개입을 시사한 바 있다.

한편 중국 정부는 금융위기 이후 중국 위안화를 달러화에 거의 연동시킴으로써 자국의 대외 경쟁력 강화에 치중하여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월 스트리트 저널을 비롯한 국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통화 절상을 억제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 원화가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한편 일본 엔화가치 절상이 멈추고, 위안화의 달러화 연동이 계속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외 경쟁력 약화와 채산성 악화가 우려된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적정 환율 유지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차원에서도 이러한 환율 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다양한 금융기법을 통해 환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지만, 중소기업은 환율이 급변할 경우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경영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 얼마 전 키코사태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이러한 위험에 얼마나 크게 노출되어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정부도 중소기업들의 외환 변동 리스크를 완화하는데 지원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최윤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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