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심이 곧 도'라며 중국 선종의 황금시대를 넓힌 마조 스님이 고향을 갔을 때였다. 고향마을은 스님의 얼굴을 보기 위해 야단법석이었다. 그때 멀찌감치 있던 노파가 불쑥 말했다. "대단한 스님이 온다더니 마가놈 꼬마 자식이네." 노파의 기억 속에 생생한 마조의 아버지는 그 마을의 궂은일을 맡아했던 천민이었다. 개천에서 용이 된 마조에게 고향은 여전히 개천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신분제 사회에서 벗어나면서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은 대중화됐다. 모든 사람에게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고 신분이 아니라 능력과 노력에 따라 자리와 부가 주어진 덕분이었다. 자신의 성공과 실패와는 무관하게 자식들은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길 희망한 부모의 마음이 한국의 높은 교육열을 낳게 됐다.
그러나 이젠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절은 지나갔다고들 한다. 많은 돈을 들인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하는 세상이 됐다고 한다. 부의 대물림현상이 교육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나라는 아직 경제적 차이가 교육 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상관관계에 있어 OECD 국가 중 낮은 편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어린 시절 일찌감치 교육의 수준이 결정되는 일부 국가와 달리 아직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노력 여하에 따라 역전이 가능한 사회라는 것이다.
동물의 왕국이란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자나 호랑이류의 맹수들은 무서울 것이 없고 대신 초식동물은 불쌍하게 보인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닌 듯하다. 잡아먹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맹수들에게 사냥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잡아먹히는 동물도 마냥 나 잡아먹으라고 있지만은 않는다. 발 빠른 놈도 적잖고 맹수 못잖은 방어 무기를 가진 놈도 있다. 잡아먹히는 상황만 피한다면 차라리 초식동물들이 맹수보다 먹고살기에 수월하다. 그들의 삶을 지탱해 줄 풀은 지천에 널려있는 덕분이다.
물질적 부가 가장 귀중하게 대접받는 사회일수록 계층 간 사회적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한다. 새로운 세대를 대상으로 한 교육의 평등한 기회는 그래서 중요하다. 사교육의 열풍에서 서민들이 부자들의 형편을 따라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서민들이여 너무 기죽지 말라. 세상의 길은 넓고 다양하며 눈 앞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지 않은가.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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