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예산 쏟아붓더니…지금은 돈 없어 신규사업 스톱

입력 2009-11-03 10:41:30

예정된 보상 갑자기 중단…곳곳은 민원

경기 진작을 위한 정부 방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이 상반기에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가을철 이후 심각한 '재원 부족' 현상에 시달려 시민들과 중소업체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도로 개설이나 하천 재정비 등 일부 SOC사업의 경우 예산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되고 있으며 올 하반기 지원이 필요한 신규 사업들은 예산이 바닥나면서 해를 넘길 위기에 있다.

올 1월부터 설계 및 보상에 들어간 대구동구 불로동 고분군 주차장 진입도로 공사(185m, 4차로)의 경우 전체 35필지 중 12필지 보상을 한 뒤 하반기부터 보상이 중단됐다.

지주들은 "보상을 시작한 후 세입자를 정리하는 등 준비를 했는데 갑자기 예산부족으로 보상이 중단돼 황당하다"며 "추가 예산을 확보해 보상을 끝내든지 돈이 없으면 내년 공사에 맞춰 한꺼번에 보상을 해야지 이런 식의 행정이 어디 있느냐"고 따졌다. 이곳 보상금은 37억원이지만 시가 확보된 17억원을 조기 집행한 뒤 추가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보상이 중단됐다.

달서구 대명천 복원 공사도 예산 부족으로 벽에 부닥쳤다. 달서구청은 장기동 무지개공원에서 월성빗물펌프장까지 3.8㎞ 구간에 100억원을 들여 친환경 하천으로 정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달 4천만원을 들여 기본계획 용역에 착수했지만 실시설계 용역에 필요한 예산 4억원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연기가 불가피하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일단 사업을 시작하면 내년도 추경 예산을 편성해 추가 지원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두 약속이지만 확실한 보장이 없다"며 "만약 국비 지원이 끊기면 사업이 연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예산을 조기 집행하면서 하반기 공사발주가 급감, 관급공사 하청을 많이 하는 중소업체들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영천의 중소건설사 G업체 사장은 "예년에는 중소 건설업체들도 관급공사 한두 곳 정도는 입찰기회가 있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 대형공사를 조기발주해 예산부족으로 수주기회가 없다"며 "중소 건설업체들은 상반기에 풀어진 정부예산 돈잔치가 남의 일 "이라고 하소연했다.

대구시가 올 상반기에 발주한 건설공사는 3천8억원(107건)이지만 7월부터 10월말까지 발주 금액은 고작 200억원에 그치고 있으며 연말까지 예정된 사업도 2011년 세계육상대회와 관련된 시설물 신축 공사 2, 3개 정도에 불과하다.

예산 부족은 건설공사뿐 아니라 필요성 경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구경북경제구역청이 신청한 홍보관 신축 예산의 경우 해외 마케팅을 위해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5억원의 예산을 확보한 경북도와 달리 대구시는 아직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올해 버스 준공영제 지원금(전체 760억)도 확보한 예산 600억원이 바닥나 대책마련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대구시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상반기 예산 집행에 매달리다 보니 10월 이후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채를 내기가 쉽지 않고 뚜렷한 재원 마련책도 없어 올 연말까지 추가 신규 사업은 전반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협·김병구·장성현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