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비 872억, 오송과 반반 나누면 '효과 반감'
대구 동구 신서동이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로 선정된 지 2개월여 흘렀다. 그동안 대구시는 신약과 의료기기 분야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한편 내달 정부가 대구와 오송을 두고 구획정리를 단행하는 것에 대비, 세계적인 경영전략 컨설팅사에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계획'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하지만 성공 조성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고 장애물이 많다. 충북 오송의 복수 지정에 따른 나눠먹기식 국비 지원은 물론 높은 조성 원가는 넘어야 할 산이다. 또 경제자유구역 사업지구 중 하나인 인근 수성의료지구와의 연계도 절실한 형편이다.
◆지역의 미래, 첨단의료복합단지
신서동 '대구혁신도시' 내 101만㎡ 부지에 들어서는 대구경북의료단지는 2039년까지 총 사업비 5조9천억원(국비 2조원, 지방비 3천억원, 민자 3조3천억원, 기타 3천억원)을 들여 조성된다. 생산 증가 82조원, 고용 창출 38만명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어 지역의 미래를 먹여살릴 큰 현안 중 하나다. 시는 이를 위해 ▷지역 우수 의료 역량 최대 활용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 ▷우수 인재 및 연구기관 유치 ▷후발 주자로서의 입지를 강점으로 반전 등 전략으로 '글로벌 의료단지'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달 초 미국의 경영전략컨설팅사인 '모니터그룹'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내달 마무리될 정부의 대구-오송 의료단지 구성에 앞서 대구경북의료단지를 차별화된 세계적인 응용·개발연구 중심단지로 밑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이다.
의료기업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대구가 오송에 확실하게 우위를 차지하려면 의료기업들을 많이 유치하는 게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시는 의료기기 및 신약 관련 인·허가 원스톱 서비스 인프라를 갖출 경우 의료기업들의 유치가 쉽다는 판단에 따라 이들 분야의 국가공인 인증기관 모셔오기에 전력을 쏟았다.
시는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을 시작으로 한국화학시험연구원 등 의료기기 분야 국가공인 인증기관들과 의료단지 내 분원 설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국내 최대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메디슨과 대구에 생산시설과 연구시설을 설립하는 내용의 MOU를 이끌어냈다. 또 3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MOU를 시작으로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전기전자시험연구원, 한국기기유화시험연구원, 한국재활공학연구소 등의 의료기기 분야 국가공인 인증기관들과 잇달아 의료단지 내 분원 설립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 중 한국산업기술시험원(39개 전 품목 시험인증), 한국전기전자시험연구원(10~20개 품목), 한국화학시험연구원(10~20개 품목)은 국내 의료기기 분야 1·2·3위의 인증기관이다.
의약 분야의 경우 한국한의학연구원(천연물 신약), 한국화학연구원(합성 신약)과 분소 설치 MOU를 체결했고, 10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바이오)과 MOU를 앞두고 있다. 시는 앞으로 신약 개발 기업들의 유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인·허가 업무 대구 유치를 추진하는 한편, 국내 제약업체는 물론 해외 세일즈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관심을 쏟은 국가공인 시험인증기관들의 도움을 받아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의료기업들의 대구 이전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복수 지정에 따른 국비 확보가 변수
충북 오송과 복수 지정에 따른 경쟁과 지원 분산 등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우선 내년도 국비가 문제다. 내년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에 투입되는 국비의 정부안은 872억원. 대구와 오송이 나눠가지기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시는 우선 의료단지 내에 신약개발 지원센터, 첨단의료기기 개발지원센터, Bio리서치센터, 실험 동물센터, 임상시험 신약생산센터 등 5개 센터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들 센터의 건축비 등으로 최소 611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전체의 70%에 해당한다. 오송이 가만 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시는 2개 단지 지정에 따른 투자 효과 반감을 막기 위해 정부의 국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투입 예산은 싱가포르 바이오폴리스(2000~2010년 5조6천억원)나 중국 상하이 푸동 의료단지(2000~2007년 2조6천억원)에 비해 각각 36%, 58%에 불과하다. 또 대구가 '우선지역'으로 선정된 만큼 '명품 의료단지' 조성을 위해 신약과 의료기기 등 핵심 인프라의 100% 대구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시 김태운 의료단지기획팀장은 "공모에서 대구가 1위를 차지한 만큼 오송과의 차별성은 둬야 하며, 계획대로 내년도 예산인 611억원은 반드시 와야 제대로 된 의료단지의 모습을 갖출 수 있다"며 "특히 기초연구 역량 강화 및 원스톱 지원 국책연구기관의 분원 유치에 정부가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높은 조성원가 해결이 필수
현재 대구경북의료단지의 조성원가는 3.3㎡(1평)당 287만원에 이른다. 3.3㎡당 50만원에 불과한 오송과는 경쟁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기업을 유치한다는 말은 공염불에 불과한 것.
시는 의료단지 유치 신청 때 입주업체에 대한 토지 공급가를 3.3㎡당 100만원선에 맞추겠다고 제안했었다. 따라서 최소 3.3㎡당 87만원이라는 차액은 시가 어떤 형태로든 보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시는 신서혁신도시의 조성 계획을 수익이 나는 방향으로 수정, 조성원가를 당초보다 낮추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시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서다. 시 이상길 의료단지추진단장은 "혁신도시 조성사업 시행자인 토지주택공사와 상의, 공공시설 용지를 줄이는 대신 수익이 나는 용지의 공급을 늘리거나 혁신도시 자체 용적률을 높여 조성원가를 낮추는 등의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성의료지구와의 연계 필요
수성의료지구와의 연계도 의료단지 성공 조성의 관건이다. 올 초 첫 삽을 뜬 수성의료지구 부지는 수성구 대흥동과 고모동, 이천동 일원으로 총 부지는 178만9천㎡(54만평)다. 이곳에 2016년까지 총 사업비 8천969억원이 투입되며, 시는 국내외 병원과 의료제조업체, 대학과 연구소 등을 유치해 국제 의료 신도시로 조성한다는 개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최소 1조원에 이르는 개발비용(보상 및 기반시설) 마련과 민간 투자자 유치라는 개발 필요조건에 대한 뚜렷한 해답이 없던 수성의료지구가 대구경북의료단지 유치로 생기를 되찾았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DGFEZ) 한 관계자는 "수성의료지구와 인접한 곳에 의료단지가 들어서게 됨에 따라 국내외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며 "특히 두 곳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도 3.3㎡당 400만~500만원에 이르는 높은 분양가 해결이 숙제다. DGFEZ 신경섭 투자유치본부장은 "우수 의료기업의 유치를 위해서는 저렴한 분양가가 최우선 조건이기 때문에 최소한 인근 의료단지 수준(100만원 선)과 맞춰야 의료단지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효율적인 토지 개발 방식은 물론 별도의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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