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수간호사 세계는?

입력 2009-11-02 14:19:09

영남대 정혜란·정필남씨

▲정혜란씨
▲정혜란씨
▲정필남씨
▲정필남씨

'백의의 천사'인 간호사가 인기다. 취업률이 높기 때문에 대학 간호학과의 경쟁률도 치열하다. 하지만 간호사는 힘든 직업이다.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간호사가 천직이라는 대학병원의 두 수간호사를 통해 간호사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환자에게 웃음 선물합니다

정혜란(51) 영남대병원 정신과병동 수간호사는 환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간호사로 유명하다. 올해 28년째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정씨는 수년 전 '웃음 임상 치료사' 자격증을 땄다. 정씨는 머리띠를 매고 환자의 손을 쳐주면서 환자에게 웃음을 선물한다. 매주 금요일은 '스마일 데이'로 정했다. 정신과병동 간호사들은 스마일 티셔츠를 입고 근무한다. 정씨는 호스피스 병동에서도 웃음치료를 한다. 1주일에 1시간씩 보호자와 환자 10~15명에게 웃음을 준다. 작은 북을 두드리면서 아리랑을 부르거나, 건강박수를 치고 재미있는 율동을 보여준다.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신문지를 나눠주면서 스트레스라고 생각하고 찢으라고 한다. 환자의 얼굴에는 스티커를 붙여주기도 한다.

"환자들 대부분이 각박하게 살다보니 웃을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보호자들도 환자 탓에 힘들었는데, 한바탕 웃고 나서 다시 힘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웃다가 울음을 터뜨리는 환자도 많았습니다."

정씨는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직업을 찾다가 간호사를 선택했다. 정신과병동에서 주로 근무한 그는 환자들에게 좀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웃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웃음치료에 관심을 갖게 됐다. 7남매 가정에서 자라 어려웠던 어릴 적 형편도 영향이 컸다.

"제일 싫어하는 음식이 국수입니다. 어릴 때 질리도록 먹었기 때문입니다. 전기료를 내지 못해 전기가 끊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밤에 공부하기 위해 비오는 날 오빠의 목에 올라타고 끊어진 전선을 이은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정씨와 오빠, 동생을 웃게 만든 사람은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항상 크게 웃고 긍정적인 생각을 했습니다. 오빠들에게는 '박사'라고 불렀습니다. 말이 씨가 되듯 오빠들은 교수와 교사, 의사 등 박사가 됐습니다."

정씨는 환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면 완치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환자들에게 웃음을 끊임없이 선물하겠습니다. 정년 후에도 노인복지시설 등에서 웃음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가슴이 따뜻해야죠

정필남(48) 영남대병원 중환자실 수간호사는 중환자실에서만 16년간 근무한 베테랑이다.

중환자실은 만성질환자와 중증환자가 많아 위급 상황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일반 병동보다 스트레스가 많고 일도 훨씬 힘들지만 자부심은 크다.

"위중한 환자가 호전돼 입원실로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뿌듯합니다. 며칠 전 폐렴과 신부전, 호흡부전으로 고생한 40대 환자가 상태가 좋아져 퇴원했을 때는 너무 기뻤습니다."

정씨는 항상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 자신을 대입시켜 본다. 어머니와 며느리, 딸의 입장에서 환자와 보호자를 대하는 것이다. 지난해 수간호사로 승진하고부터 환자들의 경제형편도 살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60대 할머니가 식도암 수술을 받은 남편을 간호하고 있는데 형편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할머니에게 점심을 사 드시라면서 용돈을 드렸더니 눈물을 흘렸습니다."

중환자실에서는 보호자들이 소란을 피우는 광경도 종종 보게 된다. 환자가 숨을 거두면 병원 탓이라고 항의하며 집기를 던지는 경우도 적잖다. 환자들의 요구도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위급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데 옆에 와서 진단서를 떼어 달라고 요구하더군요. 점점 배려심이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에 힘이 빠졌습니다."

그래도 후배들에게 중환자실 간호사는 가슴이 따뜻해야 한다고 항상 강조한다.

"환자와 보호자는 모든 것이 궁금하고 불안합니다. 그때 간호사가 먼저 다가가서 안심시켜야 합니다."

전문적인 의료지식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인터넷에 의료정보가 넘쳐 환자 가족들 가운데 상당수가 일정 수준의 의학지식을 갖고 물어보기 때문이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하려면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체력관리도 중요합니다. 지방 병원 중환자실 업무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40, 50대 환자들 대부분이 수도권 병원으로 가기 때문에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환자는 주로 60대 이상입니다. 합병증을 가진 경우가 많아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정씨가 후배 간호사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환자의 눈을 보고 인사하라는 것이다. 눈을 마주보면서 인사해야 정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간호사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환자의 고통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혈액을 뽑는 입장과 혈액을 뽑히는 입장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욱 후배들이 환자에게 다가가기를 바랍니다. 입장을 바꾸고 보면 환자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Best & Worst환자는?

대학병원은 하루 평균 1만여명이 오고 가고 머무르는 곳이다. 간호사들은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를 상대한다. 대학병원 간호사들은 어떤 유형의 환자와 보호자를 좋아하고 싫어할까?

▶이런 환자 좋아요

▷신사형=환자와 보호자를 대했을 때 '고맙다'면서 따뜻한 인사를 건네주면 저절로 힘이 생긴다.

▷배려형=환자 자신도 힘들지만 간호사들의 고충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 간호사들은 이런 환자를 '점잖은 분'이라고 부른다.

▷존댓말형=정중하게 존댓말을 써주면 환자들을 다시 한번 더 보게 된다. 모든 일엔 주고받는 것이 있듯이 환자와 보호자가 좋게 대하면 간호사들은 더 정중하게 대한다.

▶이런 환자 싫어요

▷반말형=간호사와 나이와 비슷한데도 반말하는 환자와 보호자가 많다. 또 반말인지, 존댓말인지 알 수 없게 말끝을 흐리는 사람도 종종 있다.

▷삿대질형=갑자기 화부터 내는 환자를 만나면 당황스럽다.

▷양두구육형=간호사한테는 불만을 쏟아내다가 막상 의사가 나타나면 고분고분해지는 사람이 많다.

▷배신형=환자가 고분고분 말을 잘 듣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아찔하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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