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신성장 동력' 점검…<1>DGIST 조성과 한국뇌연구원 유치

입력 2009-11-02 09:55:16

2011년 석·박사 과정 개교, 인력·부지 절대 부족

영남권 R&D 허브를 꿈꾸며 조성중인 DGIST가 우리나라 고급 인재의 요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은 물론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현재 3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DGIST 공사현장. DGIST 제공
영남권 R&D 허브를 꿈꾸며 조성중인 DGIST가 우리나라 고급 인재의 요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은 물론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현재 3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DGIST 공사현장. DGIST 제공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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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국정감사를 끝내고 11월부터 예산국회로 전환, 연말까지 예산안을 다룬다.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정부 부처와 국회를 오가면서 정부예산안에 빠진 것은 새로 집어 넣고, 반영됐더라도 한푼이라도 늘리려 막바지 안간힘을 쓰는 예산확보전 기간이다.

대구경북은 내년에 ▷DIGIST 조성 및 한국뇌연구원 유치 ▷첨단의료복합단지 및 수성의료지구 조성 ▷도시철도 3호선 건설 ▷낙동강과 샛강 살리기 ▷3대 문화권(안동·고령·경주) 조성 ▷지식경제자유구역 ▷동해안 개발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성공 개최 등 굵직한 현안을 갖고 있다. 이번 예산국회가 지역의 미래를 이끌 신성장동력을 제대로 가동시킬 수 있을지 가늠하는 자리가 되는 셈이다. 대구경북의 신성장동력이 될 현안을 긴급 점검, 이번 예산국회에서 지자체와 지역 출신 의원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짚어본다.

◆고급 인재의 요람 D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영남권 R&D(연구개발) 허브를 목표로 2004년 9월 설립됐다. 당시 설립 취지는 첨단 과학기술의 혁신을 선도할 고급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고 지식기반 산업 및 첨단과학 분야를 연구,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하자는 것. 한마디로 대구의 연구중심축으로 자리 잡아 지역의 미래 먹을거리를 창출할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다.

하지만 중요한 탄생 이유와 달리 DGIST 앞길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기본계획 수립 당시 99만㎡(30만평)의 부지는 몇 년 후 34만3천여㎡(10만평) 규모로 3분의 1로 줄었다. 조성 사업도 타당성 재조사 등 여러 악재들을 만나면서 4년 동안 표류하다 지난해 10월 31일 기공식을 가졌다. 2009년 10월 현재 공정률은 30%이며, 연면적 6만7천여㎡, 지하 1층·지상 3~9층 규모의 건물 7개 동이 착착 들어서고 있다. 내년 10월이 완공 목표다.

DGIST 학위 과정은 2011년 3월 대학원 석·박사 과정, 2012년 3월 학부 과정으로 개교할 예정이다. '미래를 여는 과학기술 연구중심대학'을 비전으로 삼은 DGIST는 로봇공학, 뇌과학, 정보통신공학, 디자인공학, 에너지환경공학 등 5개 분야의 학부를 설치, 특성화시켜나갈 계획이다.

◆DGIST 성공 조성 요건은?

전문가들은 DGIST가 지역을 넘어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은 물론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현재 수준의 지원과 관심만으로는 2011년 석·박사 과정과 2012년 학부 과정 개교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각종 걸림돌로 4년을 허송세월한 DGIST가 또다시 표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학위 과정의 차질 없는 준비를 위해 학사 필요부지는 물론 인건비, 연구기자재, 운영비 등 인프라의 확보가 절실한 형편. 이때문에 DGIST는 내년 예산에 학위 과정 필요부지 33만㎡(10만평)의 확보를 위한 국비를 요청한 상태다. DGIST 관계자는 "기본계획 수립 당시 계획했던 학교 부지가 3분의 1로 줄어든 바람에 학위 과정을 위한 필요부지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연구원 및 학위 과정 발전용 부지 10만평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DGIST가 고급 인재의 요람이 되기 위해서는 우수 연구원 및 교수진 확보가 급선무다. 게다가 미개척 분야인 뇌과학을 특성화한 DGIST의 경우 우수 연구진 유치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하지만 DGIST 관계자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나 대학 경우 교수 1인당 연 4천만원을 책정하는 정부의 인건비만으로는 우수 교수진을 데려오기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우리나라 통상적인 교수 인건비는 연간 최소 8천만원이 넘어요. 요즘엔 해외 석학을 초빙할 경우 같은 랩(Lab·연구실)에 있는 대여섯 명의 연구원들이 팀 단위로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연간 수십억원의 연구비는 기본이 됐지요."

DGIST 이인선 원장은 "대규모 일반사업비 수탁을 통해 인건비와 운영 재원을 충당하고 있는 KAIST, GIST(광주과학기술원), UNIST(울산과학기술대)의 사례를 보더라도 개교 초기 DGIST에는 최소 100억원 이상 규모의 국책 일반사업 서너 개는 필수조건"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DGIST를 단순히 '동네 대학'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우수 연구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내년 예산에 책정된 중점융합과학센터 연구과제(10년간 500억원)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차세대 융복합 연구센터 과제 등 안정적인 사업비 마련을 위한 국책 연구과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뇌연구원 유치는 대구 미래의 핵심

정부가 올 연말 선정 예정인 '한국뇌연구원' 설립 추진계획안을 확정, 유치 신청을 받으면서 뇌연구원 유치에 목을 매고 있는 DGIST의 행보가 바빠졌다.

한국뇌연구원에는 2020년까지 총 3천297억원이 투입되며 유치에 성공할 경우 매년 420억원 정도의 연구개발비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다. 특히 미개척 분야인 뇌 연구를 선점할 경우 정부가 추진 중인 '뇌융합 원천기술 개발과 G7 수준의 뇌강국 진입' 프로젝트의 거점지역으로 나설 수 있어 여러 지자체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특히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한 대구의 경우 뇌연구원의 존재는 의료단지 성공 조성에 필요조건이다. 대구시 최운백 과학산업과장은 "한국뇌연구원을 대구에 유치할 경우 의료단지 사업의 성공은 물론 뇌과학을 특화한 DGIST 뇌융합 분야의 특성화, 한국뇌연구원의 안정적 성장 기반 조기 확립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특히 광주 GIST의 광 산업과 울산 UNIST의 에너지, 대전 KAIST의 신약 특화처럼 DGIST를 뇌과학 분야로 특성화 및 브랜드화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경권은 뇌과학 분야 연구성과를 산업화하는데 적합한 지역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역은 심각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어 한국뇌연구원 중점과제인 노인성 뇌질환 토털 해법 개발을 위한 최적의 '테스트베드'(TestBed·시험무대)라는 것. 또 첨단 의료장비와 우수한 연구 인력 등 전국 최고 수준의 의료 인프라가 구비돼 있다는 점도 지역이 내세우는 뇌연구원의 유치 당위성이다. 이인선 DGIST 원장은 "서울대와 손을 잡은 인천과 KAIST를 내세운 대전 등 강력한 경쟁 상대들이 많지만 뇌과학 분야를 특화한 DGIST만의 강점을 내세워 대구경북의 20~30년 후의 먹을거리를 책임질 뇌연구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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