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박경숙 다음달 9일 초청연주회

입력 2009-10-30 07:12:42

우수 깃든 러시아 로망스에 젖어볼까

첼리스트 박경숙을 처음 만난 건 5월 남구 대명동 문화공간 KMG에서였다. 그녀는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을 연주했는데, 연주 중간에 관객들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 진솔한 얘기를 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예전에는 세상이 나를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첼로를 연주했는데, 몇년 전부터 제 자신을 바로 보는 노력을 시작했어요. 그러자 악기의 소리가 놀랍도록 좋아졌어요. 악기 소리가 저를 닮아가고, 저 역시 악기를 닮아가는 것 같아요." 40대의 막바지에서, 연주자는 겸허함을 알게 됐노라고 고백하고 있었다.

대구시립교향악단 수석 첼리스트 출신의 박경숙이 11월 9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초청 연주회를 갖는다. 러시아의 낭만과 우수를 담은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단조' '첼로 소나타 G단조'를 레퍼토리로 선보인다. 라흐마니노프와 가을은 어딘지 모르게 잘 어울린다.

"2007년 시립교향악단을 나온 뒤에 스무번가량 독주회를 했어요. 문화예술회관 초청으로는 첫 독주회지만 다른 연주 때보다 특별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박경숙은 1990년부터 15년간 대구시향 수석 첼리스트로 활동했다. 그녀는 계명대 3학년 재학 시절 중앙, 동아 콩쿠르에서 2위로 입상했고, 학생 신분으로 부산시립교향악단 수석단원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전문 연주자로서 경력을 쌓아나갔다. 오케스트라 활동 외에도 국내외 여러 무대에서 개인 연주회를 가졌고, 시향 퇴단 후에도 활발한 연주 활동으로 청중과 교감하고 있다.

29일에는 고양 아람누리 극장에서 독주회를 가졌다. 그녀가 2004년 발표한 음반, '러시안 로망스'를 주제로 한 연주회다. "앨범 중에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오직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는 11월이 되면 관객들이 특히 좋아해 주는 곡"이라고 했다.

이번 대구 연주회는 젊은 대가로 꼽히는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함께한다. 김태형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 나이 반밖에 안 되지만 그를 보면서 깨달은 게 많아요. 연주자를 배려하는 모습이나 음악에 대해 진지한 모습이 도무지 그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어요."

지난해 봄 큰 수술을 이겨낸 박경숙의 울림은 더욱 깊어졌다. 역경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들고, 깨달음을 선물로 안겨주는 것일까. 인생이 어떤 경지에 이르면 수사(修辭)는 사라지고, 진솔함이 남는 게 아닌지. 박경숙은 이번 공연 개런티 전액을 (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에 기부한다. 공연문의 053)606-6130.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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