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신종플루 진료 북새통…환자도 의료진도 짜증

입력 2009-10-30 07:53:57

너무 밀리자 "접수 그만"…다른 거점 병원 안내하기도

"열이 펄펄 나는 애를 데리고 지방에서 올라와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렸는데, 지금 와서 오후가 돼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이달 19일 오전 경북대병원 감염진료실 안에는 쉴 새 없이 큰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환절기가 되면서부터 감기 환자만큼이나 신종플루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탓에 대구시내에 몇 안 되는 거점병원 감염 진료실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광경이라고 한다.

이 병원 진료실에는 무엇보다 접수, 수납, 진료가 응급실 옆에다 마련한 임시진료소 안에서 다 이루어지는 통에 좁은 공간은 발 디딜 틈이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소아, 성인을 구분해서 담당의사 두명과 간호사 세명, 그리고 접수하는 직원 한명이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형편이고 보면, 의료진들의 피로와 짜증도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오전 11시가 넘자 간호사 한명이 복잡한 공간을 비집고 서서 급기야 접수하는 직원을 향해 짜증 섞인 목소리를 높였다. "더는 등록받지 마세요. 지금 등록받아 봐야 혼란만 더 가중되고 오늘 내로 진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잠시 후 거점병원 안내문이 여기저기 나붙고 질서 유지 차원에서 청원경찰까지 달려오는 씁쓸한 광경이 벌어졌다.

쌀쌀한 가을 바람과 함께 신종플루는 학교를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만큼 거점병원 확충과 분산대책이 절실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건당국에서는 피부로 느끼고 시급히 방한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민경남 시민기자 bisory196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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