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들여다 보기] 드라마속 악녀들, 감초역할로 시청자 유혹

입력 2009-10-29 14:04:12

'아내의 유혹' 후속작 '천사의 유혹' '막장 드라마 최고봉'평가 주목

드라마 속 악녀들이 뜨고 있다. 선악 구도를 강조하는 드라마에서 악녀는 필수 캐릭터. 팜므파탈 연기를 펼치는 악녀들은 드라마의 줄거리를 자극적으로 이끌어가는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

SBS '아내의 유혹'에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신애리. 제2의 신애리들이 드라마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애리를 연기한 김서형은 극중에서 친구의 남편을 유혹하는가 하면 친구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등 악독한 행동을 일삼으며 '버럭애리'라는 별칭을 얻었다. 신애리의 자극적인 악녀 캐릭터 덕분일까. '아내의 유혹'은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실상 '아내의 유혹' 후속작으로 불리는 SBS '천사의 유혹'은 방송 첫회부터 '막장 드라마의 최고봉'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불륜과 복수 등의 '막장 드라마 필수 요소'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며 빠른 전개로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 주아란(이소연 분) 역시 악녀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죽게 한 집안에 복수하기 위해 원수 집안의 아들과 결혼을 한 주아란은 끊임없이 상식을 벗어난 행동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신혼여행지에서 애인을 불러들여 버젓이 불륜을 저지르는가 하면 집안 재산을 빼돌려 불륜남에게 준다. 차 사고로 남편이 식물인간이 되자 남편을 죽이려는 시도까지 한다. 어릴 적 가정을 파괴한 원수 집안에 대한 복수 동기는 설명되었지만 여러 가지 자극적인 요소가 범벅이 된 악녀 캐릭터다. '아내의 유혹' '천사의 유혹'은 둘 다 김순옥 작가의 작품으로, 악녀 캐릭터도 다른 듯 닮았다. 데뷔 이후 줄곧 착한 역할만 맡아오던 이소연은 이 드라마를 통해 연기 변신을 꾀하고 있다.

아이돌의 세계를 그려낸 수목극 SBS '미남이시네요'에서 유헤이(유이 분)는 거짓 투성이인 다중적 캐릭터다. 유헤이는 톱스타이자 국민여동생으로, 극중 아이돌 그룹 'A.N. JELL'의 리더 황태경(장근석 분)과 새 멤버 고미남(박신혜 분) 사이에 끼어들어 미남을 괴롭힌다. 미남이 여자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고 이것을 계기로 미남과 태경을 협박한다. 태경, 미남, 헤이 등은 4각관계의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앞으로 갈등관계가 예상된다. 유헤이는 극중에서 사람들 앞에서는 착한 '국민요정'처럼 행동하지만 사실은 뒤에서 온갖 거짓과 술수를 저지르는 역할로 등장한다.

SBS '두 아내'에서는 오혜란(윤지민)이 악녀 역할로 나섰다. 오혜란은 극중 보험회사 본부장으로, 전 애인 송지호(강지섭 분)를 윤영희(김지영 분)로부터 빼앗기 위해 온갖 거짓말과 협박 등을 일삼는다. 그녀에게 일이란 애인을 빼앗기 위한 도구밖에 되지 않는다. 표독스러운 눈빛과 집착에 가까울 정도의 행동으로 윤영희의 앞길을 막는다.

'악녀'하면 아침드라마를 빼놓을 수 없다. SBS '망설이지마'의 오선아(배민희 분)는 친구의 애인을 빼앗았다. 케이블방송 MC인 그녀는 친구 이수현의 애인 최민영과 결혼한 설정.

MBC '멈출 수 없어'에서 주인공 홍연시를 맡은 김규리는 순수한 대학생이었지만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버려진 뒤 성공해 복수하는 역을 연기한다. '아내의 유혹' 장서희와 닮은 악녀로 변신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갖은 모욕을 당하며 점차 악하게 변해가는 캐릭터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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