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두려움 대신 마스크

입력 2009-10-29 11:00:20

성자(聖者)가 도시를 빠져나오는 죽음의 사자(使者)를 불러놓고 따져 물었다. 1천 명의 목숨만 갖고 가겠다고 해놓고 왜 3천 명을 죽게 만들었냐고. 죽음의 사자는 억울하다며 항변했다. 자기는 애초 말한 대로 정확히 1천 명 목숨을 거두었는데 두려움에 떤 사람들이 제풀에 많이 죽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신종플루로 전 세계가 극도의 불안에 휩싸여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특히 학생들 사이에 급격히 확산되면서 학교에는 비상이 걸린 지 오래고 가정과 사회 모두 두려움과 혼란에 떨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정확한 대처 요령과 실천이다.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주된 전파 경로는 3가지다.

첫째는 감염된 사람이 기침이나 재채기, 대화를 할 때 입에서 배출된 바이러스를 가진 작은 물방울들이 1~2m 이내를 날아가서 다른 사람의 입이나 코로 감염되는 경우다. 둘째는 그 물방울이 묻은 손으로 입이나 코를 만지는 경우이다. 셋째는 바이러스가 묻은 물체의 표면을 손으로 만진 뒤 다시 입이나 코를 만져 감염되는 경우다.

신종플루 바이러스는 고체 또는 딱딱하고 구멍이 없는 표면에서는 72시간까지 생존하지만 감염 위험을 일으킬 정도의 양은 24시간까지만 살 수 있다. 옷이나 이불, 손수건, 책자 등 부드러운 물체의 표면에서는 12시간까지 생존하지만 감염 위험을 일으킬 정도로는 15분간만 생존 가능하다.

특히 손에 묻은 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은 5분 이하이다. 손을 물과 비누로 씻으면 바로 파괴되며 알코올 성분의 손 세척제에도 30초 내에 파괴된다.

이를 종합해 보면 행동요령은 저절로 나온다.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엔 화장지로 입과 코를 가리고, 화장지를 쓰레기봉투 등에 버린 후 손을 비누로 씻어야 한다. 손을 자주 씻고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타인과 2m 정도 거리를 두고 대화를 나누는 '신종플루 매너 미터'도 필요한 것 같다. 마스크는 전파를 완벽하게 막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것을 막아줄 수는 있다.

신종플루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우선예방접종대상자가 아닌 일반인은 올겨울 정점기를 견디며 내년 1, 2월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때까지 유효한 방패는 마스크와 비누, 휴대용 손 세척제이다.

이상훈 북부본부장 azzz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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