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건설 계획의 수정 문제를 놓고 여권이 분열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원안 수정'을 강력히 시사하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원안+α '로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과 비수도권 의원의 의견이 다르고 비수도권 내에서도 충청권과 비충청권 간 속내가 갈리는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종시 문제에 대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접근 방식은 판이하다. 이 대통령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국가와 정부의 효율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박 전 대표는 정치적 신뢰와 약속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정치적 약속은 지켜져야 하며("정치는 신뢰다. 세종시 추진과 같은 약속이 무너진다면 앞으로 한나라당이 무슨 약속을 국민에게 할 수 있겠느냐") 이를 위해서는 효율의 희생은 다소간 불가피하다("그동안 우리가 이런 문제점을 모르고 세종시를 추진한 게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누가 옳을까. 포괄적 국익 개념으로 들여다보면 둘 다 맞다. 효율과 정부의 신뢰 모두 국익의 중요한 구성 요소다. 지역균형발전도 마찬가지다. 경중에서 효율에 뒤질 수 없는 것이 지역균형발전이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의 생각은 공정하지 못하다.
원안 수정론자들의 주장대로 세종시가 정략의 산물이라는 측면은 부정하지 못한다. 세종시는 노무현 정부가 밀어붙인 신행정수도가 한나라당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위헌판결을 받자 위헌 소지를 피해 다시 밀어붙인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그 실체다. 이름만 달라졌을 뿐 정부 효율 저하라는 문제점은 그대로 안고 있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위치도 시비의 대상이다. 수도권과 가까운 충청 지역이라는 점 때문이다. 자의적 해석일 수 있겠지만 세종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우려에는 이 같은 시각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같은 걱정은 국가지도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어차피 5년 단임인 이상 남은 임기 동안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욕먹는 것도 주저하지 않겠다는 충정도 읽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종시에 대한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내 원안 수정론자들의 주장은 시대적 요구인 지역균형발전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으로 행정수도나 그와 기능이 유사한 도시는 정부가 꾸준한 정책적 지원을 했기 때문에 제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옮기는 것 자체만으로는 그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원안 수정론은 해보지도 않고 딱지를 놓는 것밖에 안 된다.
세종시 수정론자들은 수도권과 인접한 지역에 중앙행정기관의 일부를 옮긴 인구 50만 도시 건설로 어떻게 지역균형발전이 되겠느냐는 논리를 내세운다. 틀린 소리라고 할 수 없다. 행정기관 몇 개 옮긴다고 하루아침에 지역균형발전이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니 달리 접근해야 한다. 온갖 방법을 다 써도 안 됐으니 이렇게라도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세종시 문제에 비수도권 지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아니라며 펄쩍 뛰고 있지만 세종시의 운명은 지방 혁신도시의 미래와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세종시는 MB정부 지역균형발전 의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다.
박 전 대표의 '원안+α '론도 결과적으로는 지역균형발전을 지향하고 있지만 그 출발점이 '당의 존립'이라는 점은 문제가 있다. 지역균형발전이 아니라 당의 존립이라는 정치적 차원에서 세종시 문제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꼬리 잡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정치적 신뢰와 약속 준수 여부의 대전제는 국가의 발전과 이익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박 전 대표의 소신 발언은 적어도 지방 사람들에게는 미진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이번 세종시 논란을 계기로 지역균형발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균형발전을 찬성한다면 이를 실현할 자신만의 정책 대안은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줘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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