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뉴욕]최준용의 인턴십 다이어리-#4. 패션위크

입력 2009-10-29 11:17:44

세계 3대 패션쇼 관람…스타들과 함께하는 '영광'

뉴욕에 오기 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봤다. 영화를 보며 세계 3대 패션쇼 중의 하나인 뉴욕 패션위크에서 꼭 한번 사진을 찍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뉴욕에 오면서 목표로 삼은 일들 중 하나다. 패션위크는 한 주 동안 많은 패션 관련 회사들이 참여하는 권위 있는 행사지만 패션에 관한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어디에 어떻게 접근을 해야 갈 수 있는지 막막했다.

그러던 중 같은 프로그램으로 인턴 중인 친구가 'Twinkle by Wenlan'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간곡히 부탁했다. Twinkle by Wenlan은 패션계에서는 꽤 유명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 업체는 디자이너 웰란 시아의 브랜드 룩으로, 디자이너가 자신의 옷을 실이 굵은 니트로 만들어 입으면서 론칭되어 런웨이에까지 진출한 기업이다. 지금은 옷뿐만 아니라 각종 생활용품까지 취급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두바이, 홍콩 등지에 지점이 있지만 한국에는 아직 정식 지점이 없다. 하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브랜드다.

사실 친구도 인턴에 불과해 초대장을 줄 만한 능력이 없었다. 그래도 초대장 담당자의 이메일 주소를 하나 쥐어주었다. 용기를 내어 짧은 영어로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저 멀리 한국에서 온 아마추어 사진작가이며 패션 산업에 상당히 관심이 많다. 현재 Back Stage 에서 일하고 있는 대학생이다…." 사실을 바탕으로 조금은 장황한 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을 보내면서도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게 웬걸! 담당자로부터 초대장이 첨부된 답장이 온 것이다! 기회는 두드리는 자에게 열린다고 했던가, 정말이지 뛸 듯이 기뻤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해외에서 기회란 찾기 나름이고 용기를 내서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9월 11일 뉴욕 패션위크가 열리는 브라이언 파크로 향했다. 행사장은 브라이언 파크에 대규모 가건물을 세워 만들어놓았다. 행사장 입구부터 수많은 패셔니스타들이 즐비했다. 그들은 저마다 개성이 가득한 옷을 입고 있었다. 때로는 어느 별에서 왔는지 궁금할 정도의 우스꽝스러운 옷들까지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한 옷들에 눈이 너무나 즐거웠다. 케이블 TV를 통해 패션쇼를 볼 때마다 도대체 저기엔 어떤 사람들이 가는가 했는데, 내가 그 자리에 섰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초대장을 주고 스탠딩 입장티켓을 받아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이미 좌석은 가득 차 있었고 프레스석조차 카메라를 든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쉬운 대로 대충 자리를 잡아 사진 찍을 준비를 하던 도중, 누군가 나를 불렀다. 바로 Twinkle by Wenlan에서 인턴 중인 친구였다. 나를 위해 자리를 잡아 두었다고 한다. 그녀의 감동적인 배려로 다른 많은 패션관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패션쇼를 볼 수 있었다.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의 패션쇼를 보니 옷이 무척 실용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트윙클 바이 웰란 쇼의 감상은 한마디로 '예쁘다'였다. 당장 패션쇼 밖으로 옷을 입고 걸어나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실용적이고 아름다웠다.

런웨이에 선 모델들도 또 다른 볼거리였다. 마치 바비 인형을 보는 듯 사람의 느낌이 나지 않았다. 저렇게 깡말라서 걷다가 쓰러지지 않을까. 점점 기형적으로 말라가는 모델들의 현주소를 보는 듯해 안타까웠다.

뉴욕 패션위크는 여러 모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나오는 미란다는 만나지 못했지만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와 모델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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