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랜드마크]상징이 없는 도시, 경쟁력도 없다

입력 2009-10-29 11:36:42

인천대교가 이달 19일 개통됐다. 국내에서 가장 긴 다리인 인천대교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 사장교로는 세계 5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인천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손색이 없다.

랜드마크(Land Mark)는 어떤 지역을 식별하는데 도움을 주는 사물을 지칭하는 말이다. 세계의 유명 도시에는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있다. 파리에는 에펠탑이 있고 뉴욕하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자유의 여신상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랜드마크는 사람을 모으는 원동력이다. 에펠탑은 파리를 세계적인 관광 도시로 올려 놓은 상징물이다.

대구'경북은 랜드마크의 불모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곰곰이 생각해도 대구'경북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내세울 만한 랜드마크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있지만 이목을 끌만한 것이 없는 실정이다.

랜드마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서울, 부산 등 타지역에서는 랜드마크를 만드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하지만 지역의 발걸음은 많이 더딘 편이다. '찾고 싶은 도시 건설'은 구호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을 유인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대구'경북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 조성이 구호보다 시급한 이유다.

◆막대한 무형의 가치 창출

랜드마크는 도시의 귀중한 자산이다. 막대한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도시 이미지 제고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도 창출하기 때문이다. 호주 시드니의 랜드마크인 오페라하우스는 도시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 외에 연 4천400여억원의 입장 수입과 3천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낳고 있다.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파리 에펠탑에는 연간 600만명이 넘는 유료 관광객이 찾고 있다.

인천대교의 경우 직접적인 경제효과는 생산유발 3조8천900억원, 부가가치유발 1조5천163억원, 고용유발 4만8천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효과 외에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에게 선사할 강렬한 인상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귀한 소득이다.

현재 대구시 도시계획 안에는 랜드마크 조성 계획이 없다. 그동안 대구시는 도심 디자인에 대해서는 무신경했다.

지난해 도시디자인총괄본부가 신설되면서 도시 이미지 향상 사업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겨우 마련했다. 이달식 도시디자인담당은 "도시디자인총괄본부가 출범한 지 1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현재 도심 디자인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단계여서 랜드마크 조성 등 구체적인 부분까지는 계획을 세우지 못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랜드마크를 조성해야 할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랜드마크 건설 사업이 추진될 것 입니다"고 설명했다.

◆대구 도심 디자인 밑그림 단계

그러면 지금 존재하는 건축'조형물 가운데 랜드마크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있을까. 지난 5월 대구경북연구원 오창균 연구위원이 '대구 도시 브랜드 강화 전략 연구'를 위해 대구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구하면 떠오르는 상징물 가운데 랜드마크 성격을 가진 것으로 우방타워가 포함돼 있었다.

1992년 세워진 우방타워는 202m 높이를 자랑한다. 하지만 대구의 랜드마크로는 부족한 느낌이다. 오랫동안 서울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온 N서울타워(구 남산타워)마저도 세월이 흐르면서 랜드마크 가치를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방타워는 오창균 연구위원이 타지역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대구하면 떠오르는 상징물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랜드마크가 가져야 할 대외인지도 면에서 치명적인 결점을 드러낸 것.

오창균 연구위원은 "도시 브랜드와 랜드마크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인지도를 높이는데 랜드마크 만한 것이 없습니다. 현재 대구의 경우 랜드마크가 없으며 랜드마크로 개발할 수 있는 것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새롭게 창출해야 하는 실정입니다"고 지적했다.

◆경북도, 조성사업 추진 지지부진

경상북도 역시 대구시와 사정이 비슷하다. 경상북도는 랜드마크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조성 계획은 세워두지 않고 있다. 도청 이전 계획에도 랜드마크 부분은 빠져 있다. 랜드마크를 세우려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경북도내에는 랜드마크를 세울 만한 규모의 대도시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따라서 랜드마크 조성 사업은 23개 시군의 몫으로 넘어 갔다. 하지만 상당수 시군은 내세울 만한 랜드마크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으며 랜드마크 조성 사업도 추진하지 않고 있다.

현재 경북지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지역 특징을 반영한 랜드마크 건설 움직임은 울릉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총 58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해양자원연구센터, 도동항정비, 안용복장군기념관, 해중전망대 조성사업 등을 전방위적으로 전개하고 있어 2011년 이후 울릉도의 모습은 확연히 바뀔 전망이다.

울릉도와 독도해역 해안자원 연구를 수행할 해양자원연구센터는 북면 현포리에 건설되고 있다. 150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해양자원연구센터는 을릉도에서 보기 드문 규모(대지 2만8천597㎡, 건축연면적 4천762㎡)로 건축될 예정이다. 본관과 자원육성관, 해양생태관 등으로 구성된 해양자원센터가 2011년 6월 완공되면 울릉도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작은 것도 랜드마크 될 수 있다"

울릉도의 관문 도동항정비 시업과 북면 석포리에 건설되는 안용복장군기념관은 다음달 실시 설계에 들어가 2012년 완공될 예정이다. 또 북면 천부리에 설치될 예정인 해중전망대는 수중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는 시설로 2011년 말 완공된다.

포항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것은 호미곶에 있는 '상생의 손'이다. 국가행사인 호미곶 해맞이 축전을 기리는 상징물인 상생의 손은 새천년을 앞둔 1999년 12월 설치됐다. 새천년을 맞아 모든 국민이 서로를 도우며 살자는 뜻에서 육지에 있는 왼손과 바다에 있는 오른손이 마주보고 있다. 왼손은 높이 5.5m, 무게 13t이며 오른손은 높이 8.5m, 무게는 18t이다. 상생의 손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이에 따라 포항시는 호미곶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포항시는 지난해 시 승격 60주년을 맞아 랜드마크가 될 기념 조형물도 설치했다. 해도근린공원에 위치한 높이 37m의 이 조형물의 주제는 '세계를 향한 비상'이다. '연오랑 세오녀' 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해와 달을 머리에 이고 오대양 육대주로 나아가는 배의 형상을 하고 있다. 산업'문화'관광'첨단과학도시인 포항이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는 염원과 도약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랜드마크하면 보통 거대한 조형물 또는 건축물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작은 것이라도 특징이 있고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으면 훌륭한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오줌 누는 소년상'과 이태리 로마의 '트레비 분수'다. '오줌 누는 소년상'은 고추를 내놓고 오줌을 누고 있는 꼬마를 형상화한 것이다. 목이 좋은 곳에 위치한 곳도 아니고 크기도 너무 작아 실망감을 안겨줄 정도다. 그러나 브뤼셀을 방문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찾는 명물이다. 트레비 분수는 분수를 등진 채 동전을 던져 분수에 넣으면 다시 찾게 된다는 속설로 유명한 곳이다. '로마의 휴일' 등 많은 영화 속 배경이 되면서 로마의 랜드마크가 됐다.

조성 방법도 다양하다. 시'도에서 예산을 투입해 건립하거나 민간투자를 유도해도 된다. 세계 유수의 랜드마크 상당수가 민간 건축물이다. 오창균 연구위원은 "도시의 정체성과 잘 맞아 떨어지면 굳이 초현대식 건축물이 아니더라도 좋은 랜드마크가 될 수 있습니다. 이야기거리가 될 만한 기존 자원을 발굴해 잘 활용하는 것도 랜드마크를 만드는 좋은 방법입니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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