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미의 책속 심리]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입력 2009-10-28 14:54:59

김형경 지음/ 문이당 펴냄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김형경 지음/ 문이당 펴냄

사랑은 사람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감정 중의 하나며,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들뜬 열정으로 시작되어 친밀감으로 편안해지고 서로 변치 말자는 신뢰를 다짐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이 소설은 옆에 항상 남자가 있지만 사랑을 할 수 없는 여자 인혜와 수녀처럼 단단히 감싸고 있지만 간절히 사랑을 원하는 세진이라는 두 여자의 사랑불능에 대한 이야기다.

38세의 골드 미스. 광고 카피라이터인 인혜. 대학 4학년 때 선배와 처음으로 여관에 갔던 날, 성을 강제로 요구하지 않고 따뜻하게 안아준 하룻밤의 친절을 사랑이라 믿었다. 그렇게 결정한 결혼은 3년 만에 파경을 맞는다. 남편은 여자의 순결을 지켜주는 헌신적인 남성이 아니라 조루증에 성불능이었다. 남편은 남성성에 대한 열등감을 폭력과 술로 풀었다.

인혜는 혼자되는 것이 두려워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게 될까 망설인다. 사랑하지 않으면 상처도 없을 것이라고 항상 이별을 대비한다.

"내가 싫어지면 미리 말해줘요. 매달리고 싶지 않아요."

이런 인혜의 내면에는 어린 시절 지치고 힘들어보였던 아버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아버지를 위로하듯, 도움이 필요한 남자 곁에 있어주려고 하고, 남자들에게 자선하듯 섹스를 베풀었다. 하지만 사랑을 느끼는 순간 이별을 고한다. 그녀의 유일한 권력은 섹스에 있을 뿐, 친밀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랑불능증이다.

또 다른 유형의 사랑불능증을 가진 건축사 세진.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매력적인 여성이지만 아무도 근접하지 못하게 단단히 감싸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회사 선배가 충고한다.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아."

그녀의 진지하고 슬픈 눈빛은 남자의 사랑을 간절히 원하는 무의식적인 생존전략이었다. 그녀의 위험한 눈빛에 포획된 남자들은 그녀의 외줄타기의 희생자가 된다. 남자에게 상처를 주고 괴롭히다가 남자가 견디지 못해 떠나면 그리워하고 매달리기를 반복한다. 세진은 정신분석을 통해 어머니와의 불안정한 애착이 타인과의 사랑불능을 낳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린 시절 돌봐주는 한 사람과의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한 경우 타인과 공감하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능력에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작가는 자기를 사랑할 수 있고 자기확신이 있는 사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소설의 제목으로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보다는 '사랑을 할 수 있는 필수 요건'이 더 적합할 것이다. 1권 324쪽, 9천800원. 2권 318쪽, 8천 500원.

(마음과 마음 정신과 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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