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부 김정설 단편선/최재목·정다운 엮음/선인 펴냄
근대 한국의 사상가 범부 김정설을 조망할 수 있는 책 '범부 김정설 단편선'이 출간됐다. 범부는 소설가 김동리의 맏형으로 김동리와 시인 서정주의 문학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그는 헌칠한 미남에 막힘없는 지식으로 늘 주변 사람들의 경탄을 이끌어냈다고 알려져 있다. 범부는 또 신라 화랑의 '풍류' 사상이야말로 서양의 사상이 극복하지 못할 문제를 해결할 사상이라고 보았다.
범부 김정설이 보여준 사상은 풍류, 풍류도, 동방 등이다. 그는 서양의 객관적 유물론이 아니라 한국의 주관적 정신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믿었다. 물질적 팽창이 최고라고 여겨지던 일제 강점기, 이미 그는 그런 사상을 펼쳤다. 당시 사람들은 그의 생각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의 사상은 20세기, 21세기에 와서야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양인들이 지금에 와서 객관적 통계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동양의 정신세계에서 찾으려 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범부는 가히 천재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보았던 것이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와 격동기를 거치며 잊힌 범부의 생애와 사상세계를 추적하고 있다. 범부는 격동기와 한국 근대화기 학술과 정치, 문화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그를 읽어내지 못했다. 그에 관한 자료는 사라지거나 묻혔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40년이 지났지만 아직 우리는 그를 모르고, 그의 사상은 체계화되지 않았다. 남아 있는 자료는 빈약하고, 그나마 구술에 의존하는 것들이 많다. 이 책은 역사의 무덤을 열고, 그 아래 묻힌 범부의 사상을 세상으로 끌어내려는 첫 시도에 해당한다.
책은 범부의 출생과 성장, 일본 유학, 해방 이후 행적과 연구활동 등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또 새로 발굴한 범부의 자료로 조선의 문화와 정신, 건국정신과 건국이념, 동방학과 동양고전 등을 싣고 있다. 263쪽, 1만8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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