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 치지 마세요.'
영화 '타짜'의 한 장면이다. 주인공 고니는 화투를 치면서 짝귀에게 일곱 끗을 주고 자신은 여덟 끗을 갖는다. 그때 짝귀는 "일곱 끗은 구라다… 지금 이 타이밍에 나한테 구라 치고 있네"라며 화를 낸다. 여기에서 '구라'는 사기를 뜻한다. 자신은 높은 패를 갖고 있으면서 상대방에게는 약간 높은 패를 주고 큰 돈을 걸도록 유도하는 수법이다.
원래 '구라'라는 말은 도박판에서 쓰던 말이다. 일본말 '구라마스'(속이다)에서 유래돼 '구라'로 변형됐다는 게 정설이다. 그것도 일제강점기 시절에 일본인이 많이 거주했던 경상도의 도박판에서 주로 쓰이다 전국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요즘에는 아이들까지 '구라 치지 마라' '구라 까지 마라'라는 말을 쓴다. 원래 '사기'라는 뜻이었지만 '거짓말'이라는 뜻으로 의미가 바뀐 것이다. 가끔 쓰이는 말이긴 하지만 아직도 비속어'은어로 분류된다. 그다지 좋은 느낌의 말이 아닌 것이다. 얼마 전부터 이 말과 같은 이름을 가진 개그맨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막말을 하는 연예인은 (방송에서) 좀 빼라"고 언급하면서부터다. 김구라 씨는 토크쇼에 나와 독설을 쏟아내는 것으로 유명한 개그맨이다. 그는 무명 시절 인터넷 방송에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을 놓고 '노가다 십장××' '멸치대가리'라는 독설을 퍼부은 전력이 있다. 당시 김구라 씨에게 마구 난도질당한 대상은 대부분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그 때문인지 진 의원의 발언에는 아무래도 정파적 입장을 깔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인터넷에서는 연예인은 시청자에게 인기를 끌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퇴출되는 것인데 여당 의원이 왈가불가하는 것은 안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백번 맞는 얘기다.
그렇더라도 당사자에게는 문제가 없는가. 아이들이 보는 프로그램에 '구라'라는 예명을 갖고 출연하는 것부터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 예전에 김구라 씨와 함께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동료 개그맨의 이름은 황봉알(현재는 황봉아로 고침) 씨였다. 아무리 뜨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저속한 이름으로 어필하려는 것은 안 된다. 예전에 활동하던 코미디언 남보원, 백금녀, 정부미 같은 예명은 그래도 애교가 있었다. 이름 바꾸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이 어떤가.
박병선 논설위원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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