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egu International Opera Festival 200
'Daegu International Opera Festival 2009'. 제법 거창하다. 올해로 6회째다(프레 대회 제외). 하지만 적은 예산(12억원)으로 국제적인 행사로 오페라축제를 열기에는 힘에 겹다. 오페라조직위 관계자들은 '국비, 시비 각각 10억원씩에다 후원금액 10억원 정도를 합해 30억원 정도의 예산만 되면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오페라축제를 대구에 정착시킬 수 있을 텐데…'라고 바랐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히려 뮤지컬 예산과 합치자고 하고 있으며 대구시는 특별한 대책 없이 내년 축제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10주년 축제도 지금부터 계획해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런 열악한 예산 탓에 이번 대구오페라축제에서는 별의별 아이디어를 다 동원한 이벤트들이 속출했다. 가장 큰 히트를 친 것은 서울역에서 출발해 대전역, 부산역을 거쳐 동대구역에서 했던 플래시 몹(Flash Mob). 역사에 모인 많은 사람에게 오페라 공연의 짧은 진수를 보여줌으로써 그 열기를 대구까지 가져오고자 했던 것. 오페라 공연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철도공사(코레일) 측에서 적극 협조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오페라하우스 앞에 포토존, 각자 사연을 적은 오페라축제 엽서를 무료로 우편으로 보내주는 행사 등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을 했다. 물론 저예산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아이디어들이다.
◆오페라 축제 관련 뒷얘기들
이번 오페라 축제에서 12억 예산 중 가장 돈이 많이 든 것은 독일 '마탄의 사수'팀 공연비용. 4분에 1에 해당하는 3억원이 지불됐다. 마탄의 사수팀은 지휘자와 공연자, 주요 스태프 32명이 대구로 와 항공료, 체제비 등이 많이 든 것. 이들 독일팀을 위해서는 한국오케스트라 합창단 120명이 공연지원에 나섰다.
개별적으로 보면 개막작인 '투란도트'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마리아나 즈베트코바가 출연료 1천100만원에 항공료 200만원 등 1천300만원으로 가장 많이 받았다. 나머지 팀들도 아주 실비에 가까운 비용만 지불하고 대구로 모셔온 것. 국내 유명 테너나 바리톤 성악가의 경우에는 유명세에 따라 300만~500만원까지 출연료를 받는다고 한다.
1억원을 투입한 창작 역작 '원이 엄마'. 매일신문 조두진 기자의 '능소화'를 원작으로, 조 기자가 직접 대본을 쓰고 박창근 예술총감독과 유홍식 연출가가 함께 만든 야심만만한 창작 오페라. 오페라 조직위에서 5천만원, 경북도에서 5천만원을 각각 지원했다. 이 역시 부족한 예산이지만 1580년 경북 안동을 배경으로 해 순수 대구의 문화예술 인력들이 총동원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담고 있다.
대구 인근과 부산까지 관광을 즐긴 이들도 많았다. 각국 외국대사 부부 10쌍은 공연을 본 다음날 경주투어를 떠났으며, 독일에서 온 '마탄의 사수'팀은 해인사와 부산을 구경하고 돌아갔다.
◆저예산에 투혼 발휘한 이들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오페라 플래시 몹은 대구 성악가들이 발벗고 나서 준 덕분에 가능했다. 순수하게 나서줬고 8분짜리 단막 오페라를 꾸며서 이벤트로 만들어줘 역사 이용객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안겨줬다.
축제기간 동안 조직위 관계자들은 다이어트 기간이다. 5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해 11월까지 축제 결산을 하고나면 몸무게가 3~6㎏가량 절로 빠진다. 평일에는 자정 전에 퇴근하기도 힘들며 주말 역시 오롯이 반납하고 일하러 나오기 일쑤. 야근수당이나 휴일수당도 없으니 오로지 그 사명감과 열정만이 있을 뿐이다.
정영희 기획팀장은 "박은경 홍보팀장을 빼고는 모두 유부남·유부녀인데 가정을 뒤로하고서라도 오페라 축제의 성공을 위해 일하고 있다"며 "사실 앞으로 처우개선이 조금은 됐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자원봉사자들도 눈물겹도록 고맙다. 정예 봉사자 30명에 들어오려면 5대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와야 한다. 이들은 사명감에 넘친다. 이에 더해 군인이 이 축제기간에 맞춰 휴가를 나와서 기쁜 맘으로 봉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한 초등학생 딸을 두고 있는 학부모는 자원봉사자 모집이 끝난 후에도 자신의 딸을 꼭 자원봉사자를 하게 해 달라고 해 임시 자원봉사 자리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아리아 통신은 따뜻함이 묻어났다. 대구오페라하우스 곳곳에 비치된 축제 엽서에 적힌 갖가지 재밌고 감동적인 사연들은 로비 중앙에 비치된 우체통을 통해 각자 보내고자 했던 주소에 도착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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