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오페라단 창작 오페라 '메밀꽃 필 무렵' 30일 초연

입력 2009-10-23 16:08:31

이효석 단편 소설
이효석 단편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이 창작 오페라로 재탄생, 30일 구미문화예술회관에서 첫 공연을 갖는다. 출연진들의 막바지 연습 모습.

'달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소설 '메밀꽃 필 무렵' 中)'

이효석의 단편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이 오페라로 재탄생했다. 구미오페라단은 30일 오후 7시 30분 구미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창작 오페라 '메밀꽃 필 무렵'을 초연한다.

음악평론가 탁계석이 대본을, 우종억 계명대 명예교수가 작곡·지휘를 맡았으며, 경북도립교향악단, 구미시립합창단·무용단 등 160여명이 출연한다.

오페라 '메밀꽃 필 무렵'은 총 4년여의 제작 기간이 걸린 3막짜리 대작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원작을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원작이 가진 한국적인 정서나 미를 극대화했다는 게 제작진의 변(辯)이다.

오페라는 '달빛 아래 소금을 뿌린 듯한' 느낌의 서곡에 이어 1막 여름 시골장의 한가로운 오후 정경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린다. 2막에서는 허생원과 한 여인의 사랑이 회상과 환상 속에 펼쳐진다. 자신의 아들일지 모르는 동이와 함께 달밤에 나귀를 타고 다음 장터로 가는 3막도 소설의 긴 여운을 간직하고 있다.

지역 음악계에서는 오페라 '메밀꽃 필 무렵'이 최근 안동에서 공연된 오페라 '원이엄마'와 함께 창작 오페라 붐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역사물이나 위인물 류에 매달려온 국내 창작 오페라가 문학 작품으로 눈을 돌리면서 '창작 오페라는 어렵다'는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탁계석은 "그동안 국내 창작 오페라는 너무 무거운 주제를 다뤘기 때문에 관객들의 외면을 받아왔다"며 "'메밀꽃 필 무렵'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메밀꽃 필 무렵'은 서양 오페라와 달리 갈등 구조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자연과의 친화적 관계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투영하는 한국 미학의 절정"이라고 덧붙였다. 탁계석은 지난해 황순원 소설 '소나기'를 창작 오페라로 옮긴 바 있다.

음악도 최대한 쉽도록 만들었다. 작곡가 우종억은 "창작 오페라의 아리아는 어렵다는 인식을 고치기 위해 어려운 현대 음악적 요소 대신 편안하고 서정성이 강조된 곡을 만들었다"며 "특히 한국의 시조 창(唱)의 운율이나 사물놀이 가락 등을 이번 음악에 많이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창작 오페라 '메밀꽃 필 무렵'은 심송학 경북대 교수가 총감독, 극단 '한울림'의 정철원 대표가 연출을 맡았으며, 김승철(바리톤·계명대 예술대 교수)이 '허생원', 손정희(테너·안동대 출강)가 '동이', 홍순포(베이스·계명대 출강)가 조선달 역으로 출연한다. 공연 문의 054)440-1311.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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