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10년 역사 포항 산사랑 산악회 월출산 산행

입력 2009-10-23 07:52:22

해발 809m 월출산 정상 천황봉에 오른 포항 산사랑 산악회 일행들.
해발 809m 월출산 정상 천황봉에 오른 포항 산사랑 산악회 일행들.

이달 17일 오후 11시 포항시민운동장 앞. 포항 산사랑 산악회의 무박 2일 월출산 산행을 위해 사람들이 속속 집결했다. 이번 산행은 정회원과 일일회원을 대상으로 홈페이지 공지 3일 만에 33명 정원이 꽉 찼다. 두손을 꼭 잡고 버스에 오른 김영주·공성민 커플은 "내년 1월 결혼준비로 많이 바쁘지만 함께 산을 오르며 우리의 미래를 구상할 수 있을 것 같아 잠시 시간을 냈다"며 참가 소감을 밝혔다.

124차 정기산행이 말해주듯 이 산악회는 10년의 역사만큼이나 산행 노하우도 남달랐다. 한달에 한번 있는 정기산행을 위해 전세버스는 매년 1월, 1년치를 한 번에 계약한다. 그리고 33인승 버스에는 두 다리를 쭉 펼 수 있게 보조의자까지 갖췄다. 여기에 코리아 타임이 무색할 만큼 집결시간 10분 내에 모든 일행이 버스에 오르는 걸 원칙으로 한다.

이번 산행의 총지휘를 맡고 있는 홍영웅 회장은 "우리 산악회의 슬로건 '산이 좋아 우린 지금 산으로 간다'처럼 여기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은 산에 미쳐 있다"며 "좋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산에 함께 오르는 기분은 경험하지 않고는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말 그랬다. 정기산행은 한달에 한번이지만 홈페이지에는 수시로 번개산행을 떠나는 공지가 올라온다. '추석도피 설악산 산행', '무한도전 지리산 종주산행', '제주 올레길 트레킹' 등등 거의 매주 산을 찾는다.

버스가 출발하자 정영훈 등반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월출산은 달이 뜨는 산이란 뜻으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해발 809m의 한반도 최남단 국립공원입니다. 이번 산행코스는 천황사를 시작으로 월출산 명물 구름다리를 거쳐 정상에 오른 뒤 도갑사로 내려오는 약 9km의 종주구간으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바위와 가파른 절벽이 많아 특별히 주의가 필요합니다"는 안내를 시작으로 20여분간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그리고 각자 등산 가방에서 삶은 달걀, 찐 고구마, 잘 익은 홍시까지 풍성한 먹을거리가 쏟아져 나왔다. 캔맥주와 함께 먹는 야식으로는 최고였다.

5시간의 새벽어둠을 뚫고서야 월출산이 있는 전남 영암군에 도착했다. 벌써 전국 번호판을 단 버스들이 사람들을 내려놓고 있었다. 이르게 아침을 먹고 등반대장의 안내에 따라 준비운동을 한 후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갔다.

30여분의 산행이 지나자 동이 트기 시작했고 잠시 후, 운무에 둘러싸인 월출산 기암괴석의 웅장한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자 모두들 탄성을 질렀다. 동행한 신현준씨는 "중국의 장가계가 부럽지 않은 것 같다. 정말 장관이다"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조금 더 오르자 월출산의 자랑인 구름다리가 나타났다. 20년이 넘은 옛 구름다리를 허물고 120m 높이에 현수교 방식으로 재건설된 이 다리는 5억원이 투입돼 지난 2006년에 개통, 시민들에게 개방한 것으로 산사랑 산악회 최고의 포토존이었다.

간호사 김경태(30·여)씨는 "병원에서 환자에 치이고 업무에 지칠 때면 너무 힘이 들지만 이렇게 맑은 공기를 마시며 구름다리에 오르니 모든 스트레스가 한방에 사라지는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드디어 해발 809m 월출산 정상 천황봉. 산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영암군과 호남지역답게 넓은 들녘에는 잘익는 벼가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오전 5시 30분에 산행을 시작해 다섯시간만에 정상에 오른 포항 산사랑 산악회 일행들은 언제나 그랬듯 애국가와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상봉식(上峰式)을 마치고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최철식 시민기자 ccs15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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