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찍고 아내는 쓰고…부부가 만든 사진집
사진작가 김종명씨는 사진기 하나로 생을 더듬으며 길을 떠돈다. 바람 따라 흐르는 시간을 잡아 당겼다 놓았다 하는 사람이다. 낯선 풍경과 마주치면 자신의 눈보다 사진기를 더 믿는다. 바람이 나도 단단히 났다.
시인 박지영씨는 사진기 하나로 생을 더듬는 남편을 좇는다. 자신의 눈보다 사진기를 더 믿는 남편을 바람났다고 힐난하더니, 그 남편의 의중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까 두려웠던 모양이다. 남편이 찍은 사진에 글을 보태 독자들에게 설명한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남편의 사진기가 다 본 것은 아니랍니다. 남편의 눈이 못 본 것, 남편이 그처럼 철석같이 믿는 사진기도 못 본 것을 제가 보았지요."
남편은 듣지 못할 귀엣말이자 현장에 가보지 못한 독자를 위한 배려다. 설마하니 남편을 못 믿고, 남편이 그처럼 믿는 사진기도 못 믿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대구가톨릭대학교 행정학과 김종명 교수가 전 세계를 돌며 카메라에 담은 사진집이다. 그의 말처럼 사진은 평범한 일상, 평범한 피사체를 세밀하게 바라보는 안목이다. 그는 "사진은 손이 아닌 발로 찍는 것이며, 사진은 예(藝)와 도(道)를 조화롭게 승화시키는 우주적 차원의 예술"이라고 정의한다.
여기 실린 사진들은 아프리카와 북중남미, 유럽과 대양주, 아시아의 일상과 역사, 역동에 관한 것들이다. 거기 사는 사람들은 익어서 알지 못하는 것을, 이방인의 눈과 가슴이 파고든 것이다. 그 하나하나의 씨줄에 아내 박지영씨가 날줄을 그었다.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를 함께 준다.
209쪽, 2만3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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