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세상] 칭찬릴레이 1년 기록

입력 2009-10-21 07:57:38

밤하늘 별처럼 수많은 '칭찬 받아 마땅한' 사람 찾기는 계속 됩니다

매일신문 '더불어 사는 세상'의 한 코너인 '칭찬 릴레이'가 1년이 됐습니다. "배 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참지 못한다"는 이 지역 특유의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해 시작한 것이 벌써 1년이 된 것이지요. 그동안 칭찬 릴레이를 통해 소개된 분이 모두 63분이나 됩니다. 여덟살 여자 아이를 성폭행해 영구 장애를 입힌 '조두순 사건' 같은 흉악 범죄가 신문을 도배할 때면 사람의 본성(本性)에 대해 새삼 고민하게 됩니다. 인간의 타고난 본성은 악(惡)하다는 성악설(性惡說)이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밤길을 걸을 때 가장 무서운 존재가 다름 아닌 사람이라는 말까지 있는 것을 보면 전혀 일리 없는 얘기는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난 1년여 동안 칭찬 릴레이를 진행해 오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사람의 본성은 선하다는 성선설(性善說)이 더 맞다는 것입니다. 맹자에 따르면 사람의 본성은 의지적인 확충 작용에 의해 덕성으로 높일 수 있는 단서(端緖)를 이미 하늘로부터 부여받았다고 합니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안타까워하고, 부끄러움을 알고, 겸양할 줄 알며,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마음을 원래부터 갖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인(仁) 의(義) 예(禮) 지(智)의 근원을 이룬다는 게 맹자의 이야기입니다.

◇사람의 본성은 선한 게 맞나 봅니다

칭찬 릴레이에 나온 분들의 면면과 그 활동을 보면 맹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가장 최근에 소개된 서상복 대구문화자원봉사단장의 경우 교통사고를 당해 본인이 1급 장애인이면서도 봉사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지요. 장애인 봉사단체를 만들어 장애인을 위한 봉사에 심혈을 쏟고 있습니다. 김난희 TLM선교회 예수의원 의무원장도 대단한 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1976년부터 30여년 동안 한센병 환자 치료에 진력한 것은 물론 AIDS 예방에도 노력을 하고 있지요. 열정과 소명을 갖고 난치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땀 흘린 김 의무원장님은 칭찬받아 마땅한 분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바탕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분들도 칭찬 릴레이에 많이 나오셨지요. 박경숙 첼리스트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수시로 자선음악회를 열고 있고, 이재윤 덕영치과 원장과 강민구 KMG 내과원장 같은 분들은 의료봉사 활동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박성현 경북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암환자와 가족들에게 항상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이천성 천마손해사정사 대표는 교통사고 무료상담을 해줬지요. 성준 한국연예예술인협회 대구시지회 19대 지회장은 복지시설이나 교도소, 소년원을 찾아 노래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정봉원 영진전문대학 교수와 신성우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점주는 서로 마음을 합쳐 어려운 처지의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줬습니다. 노조와 회사가 극한 투쟁을 벌이는 일도 많지만 원종도 LIG넥스원 노조위원장은 노조와 회사가 손잡고 뛰는 분위기 정착에 앞장섰고 김광호 K'M-eng 대표는 사원들에 대한 물심양면의 활동을 통해 이직 없는 회사를 만들었지요. 한분 한분 다시 그 활동상을 소개하기 힘들지만 모두 칭찬받아 마땅한 분들입니다.

'칭찬 릴레이'를 처음 시작할 때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칭찬받을 분들이 많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 가장 앞섰지요. 신문에 나오는 것을 꺼리는 분들이 많은 것도 걱정거리였습니다. 그래서 열명가량 하면 릴레이가 끊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했지요.

하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기우(杞憂)였습니다. 한번도 끊어지지 않고 1년에 걸쳐 63명에 이르는 긴 릴레이가 펼쳐진 것이지요. 이것이 가능했던 힘은 그만큼 이 지역에 칭찬을 받을 분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묵묵히 자신의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이 지역을 위해 이바지하는 분들이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입니다. 또한 칭찬 릴레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칭찬받을 수 있는 지역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 공감해 많은 분들이 칭찬 릴레이에 동참해주신 것도 힘이 됐지요.

◇머리에서 마음으로 가는 여행

고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어느 해 신년대담에서 이 세상에서 제일 먼 여행은 '머리에서 마음으로 가는 여행'이라고 하셨습니다. 머리에서 생각한 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마음이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저는 칭찬 릴레이에 나온 분들은 머리에서 마음으로 가는 여행에 성공한 분들이라고 봅니다. 생각한 바를 행동으로 옮겨 이 지역과 어려운 이들을 위해 이바지하고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앞으로도 칭찬 릴레이는 계속 그 배턴이 이어질 것입니다. 칭찬받아 마땅한 분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많기 때문입니다. 칭찬을 통해 이 지역이 사람 사는 향기가 나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매일신문도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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