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9일 대구 북동중학교 강당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이 학교 전교생들이 1년 동안 써온 책을 출간하는 대규모 출판 기념식을 가진 것. 전교생이 1권씩 책을 써 이날 출판된 책만 765권이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작품을 전시·소개했고 친구들이 쓴 책을 감상한 후 서로 서평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의 책을 주제로 한 랩, 댄스 공연과 자신의 책 주인공으로 실제 변장한 코스프레 행진, 책을 주제로 한 영화와 광고로 만든 UCC도 상영했다. 학생들의 출판을 기념하기 위해 교사들도 나섰다. 교사들은 색소폰 연주와 학생들의 첼로 연주, 노래와 댄스 공연을 펼쳐 학생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 학교 3학년 김유리 학생은 "서툴지만 한 권의 책을 스스로 썼다는 것 자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자축하는 의미에서 북콘서트를 열었는데 테이프와 축하 케이크를 자를 때는 진짜 작가가 된 것 같아 가슴 벅찼다"고 했다. 3학년 서원빈 학생은 "우리 반 학생이 만든 책을 주제로 UCC 광고와 걸개그림을 만들었는데, 책으로 다양한 예술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고 했다.
이 학교는 지난 3월부터 1인 1책쓰기를 학교 중점정책 교육과정으로 운영해왔다. 2006년부터 학생들을 상대로 '아침독서 10분 운동'을 펼쳐오고 있지만 학생들의 독서와 글쓰기를 지도하기 위해 글쓰기를 먼저 시키자는 역발상을 한 것이다.
1인당 1책쓰기 운동을 책임지고 있는 최옥화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생활을 솔직히 표현하는 책쓰기를 하게 만들면 독서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수, 책 읽어 주는 선생님, 책 읽는 사진 전시회, 책 증정 사인회, 또래 작가와의 만남, 밤샘 책쓰기 캠프, 나만의 책 아트북 메이킹 등 다양한 행사를 꾸준히 실시해왔다"고 소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TV와 인터넷에 정신이 팔려 있던 학생들의 손에 어느 순간부터 책이 잡히게 됐다. 또 만화와 무협지, 판타지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에 관심을 보여왔던 학생들의 독서습관도 변했다. 동화와 소설은 물론 깊은 생각이 필요한 분야에까지 관심이 커진 것이다.
최 교사는 "'아침독서 10분 운동'으로 시작된 독서 열기가 글쓰기 운동으로 확대됐고 이 과정을 집약한 단계가 바로 책쓰기 운동이다"며 "단순히 나만의 책을 쓴다는 취지를 넘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대학입학사정관제와 같이 변화하는 입시제도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학교 남정순 교감은 "학생들이 청소년기에 자신의 적성과 꿈을 찾아 책을 쓰는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성취감과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또 사고력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신장하고 미래 자신의 모습도 탐색해 가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만큼 적극 장려하겠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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