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학년도 및 이후의 고교 입시 전망

입력 2009-10-20 07:26:16

수능성적 공개 후폭풍, 특목고·자사고 입시 가열될 듯

2010학년도부터 도입된 외국어고 지원 광역 단위 제한, 특목고·자사고 이중지원 금지 등으로 고교 입시가 지난해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고교 입시에는 내년에 개교하는 자율형 사립고까지 가세함에 따라 중학교 3학년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커져 향후 고교 입시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최근 수능 성적 공개 결과 특목고와 자사고가 상위권을 휩쓴 사실이 밝혀진 점도 중요한 변수다. 올해 고교 입시의 특징과 향후 변화를 짚어 본다.

◆수도권 열기는 식지 않는다

외국어고 지역 제한이란 중3생들이 자신의 거주지 광역시·도에 있는 외고에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외고 입시가 과열 사교육의 주범이라고 판단한 정부가 경쟁 단위를 광역시·도로 묶어 사교육비를 조금이라도 줄여 보겠다는 의도에서 나왔다. 이중지원 금지 역시 사교육비 절감 차원에서 나온 조치다. 지난해까지 고교 입시에서는 전형 일정만 다르면 외국어고, 과학고, 자립형 사립고 등에 몇 군데든 지원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이들 학교 대부분이 5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전형 일정에 관계없이 한 곳에만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내년에 신설되는 자율형 사립고도 여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상황은 정부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고교 입시 과열을 잠재우는 데는 두 조치가 큰 위력을 떨치지 못할 전망이다. 오히려 대원외고, 용인외고(한국외대부설외고) 등 지방 출신이 적지 않았던 외고들을 서울, 경기 중3생들이 독점하게 돼 합격생은 물론 지원자층까지 두텁게 만드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중지원 금지는 한 곳만 지원할 수 있어 고교별 경쟁률을 떨어뜨리는 효과는 있겠지만, 전체 지원자 수를 줄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목고와 자사고 가운데 전형 유형이 비슷한 고교가 많지 않아 지금까지도 중3이 되면 사실상 2, 3개 학교를 정해 준비해왔기 때문에 막판에 그 가운데 한 곳에 지원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준비 과정은 크게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에 따라 내년에 서울에만 10개가 문을 여는 자율형 사립고는 고교 입시 열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로 개교했지만 서울로 지원을 제한한 신설 하나고가 최근 원서 접수 결과 200명 모집에 1천475명이 지원, 7.38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점이 이 같은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외고나 기존 자사고에 지원하기 힘들었던 내신 5~10%대 학생들에게 하나고가 숨통을 열어준 것처럼 자율형 사립고는 그보다 내신이 더 낮은 학생들까지 입시 경쟁으로 내몰 게 분명하다. 추첨 전형이라는 결정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내년 학교 운영에서 독특함을 보여주고 성적까지 높아진다면 당장 2011학년도 입시부터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지방 학생들에겐 좁아진 문

외고 입시가 수도권에서는 '망국병'(亡國病)이라고까지 불릴 정도지만 지방에서는 '강 건너 불 구경'이라고 할 만큼 관심을 갖는 숫자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지방에서도 수도권 외고와 자사고 합격생이 점차 늘면서 준비하고 지원하는 중학생이 꽤 늘었다. 지난해 경우 대구에서만 영재학교, 외고, 자사고 등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최상위권 중3생이 100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돼 시교육청이 골머리를 앓을 정도다.

그런데 올해 도입된 두 조치는 지방에 직격탄을 날렸다. 수도권 외고를 지원할 길이 막힌 상황에서 외고 입학을 준비해온 학생들의 선택 범위가 지역 외고와 전국 단위 모집을 하는 자립형 사립고(민족사관고, 전주상산고, 현대청운고)로 줄어든 것이다. 부산의 경우 전국 단위 모집을 하던 해운대고가 부산으로 제한된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고 국제고까지 있어 그나마 나은 형편이지만 대구를 비롯해 광역시 단위의 학생들은 충격파가 커 보인다.

3개 자립형 사립고의 경우 두 조치로 경쟁률이 지난해처럼 올라가는 상황은 생기지 않고 있다. 2008학년도 7.01대 1이었던 현대청운고 일반전형은 2009학년도에 10.59대 1까지 올라갔지만 올해는 5.8대 1로 떨어졌다. 경쟁률이 오르지 않았다고 경쟁이 약한 건 아니다. 수도권 지원자는 줄었지만 수도권 외고를 지망하던 우수 지방 학생들이 자사고를 많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대구에서도 자사고 지원자가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학원가에서는 보고 있다.

앞으로도 지방 최상위권 학생들의 자사고 지원 열기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수업이나 방과 후 활동, 동아리 등에서 이들 학교의 운영 방식이 일반고에 비해 한층 탁월한데다 대학입시 결과가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지방의 외고나 신설 자율형 사립고들이 당분간 따라잡기는 힘들다.

◆대구 고교 입시도 뜨거워진다

올해 대구 고교 입시에서 가장 관심이 모이는 학교는 대구외고와 내년에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는 계성고다. 최근 공개된 수능 1등급 점유율에서 특목고와 자사고가 상위권을 휩쓴 데다 수성구 고교들의 높은 성적을 재수생들이 상당 부분 뒷받침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특목고와 자사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구외고의 경우 특목고 효과에다 외고 지역 제한의 혜택을 볼 게 분명하다. 16일 열린 대구외고 설명회에는 지난해보다 많은 600여명이 몰려 이를 실감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이중지원 금지로 인해 최상위권 상당수가 자립형 사립고를 지원했지만, 지난해처럼 여기서 탈락한 학생들을 받을 수 없어졌다는 점이다. 입시 성공의 관건은 높은 경쟁률이 아니라 우수 학생을 얼마나 입학시키느냐에 달렸다는 측면에서 올해 대구외고 입시 결과는 더욱 주목된다.

계성고는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한다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큰 바람을 일으키지 못했다. 상위권 학생들의 지원이 저조할 것이란 예상도 많았다. 하지만 수능 성적 공개로 일반고에 대한 기대가 떨어진 학생, 학부모들이 계성고에 점차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단순히 고교 형태를 전환하는 게 아니라 학교 구성원 전체가 최선을 다해 상위권 고교로 도약하겠다는 의지와 가능성을 얼마나 보여주느냐에 입시 성패가 달려 있다.

내년 이후 대구의 고교 입시는 여러 제한에도 불구하고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2011학년도에 대구과학영재학교가 신설되고, 대구과학고가 동구에 새로 개교하며, 자율형 사립고도 추가 지정되는 등 학교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지기 때문이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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