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개성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임진강 수해방지 남북실무회담이 개최되었다. 남측은 황강댐의 무단방류에 의한 인명피해에 대해 북측 당국의 공식사과와 유가족에 대한 조의 표명을 요구했다. 북측은 방류사고로 남측에게 뜻하지 않는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유감표명과 함께 유가족에 대한 심심한 조의를 표했다. 남측은 무단방류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요구했고, 북측은 '더 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긴급히 방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였다. 북측은 자기 측도 인명피해가 났음을 강조하면서 의도적인 방류가 아님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측은 공식자리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제외한 그 어느 누구도 '감사나 사과의 표시'를 하지 않는 체제 특성을 지닌다. 공식회담에서 유감과 조의를 함께 표명한 것은 '사과'의 의미를 지니며, 김 위원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남측은 북측의 사과를 받아냄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하나의 장애물을 제거한 셈이다. 북측은 사과를 함으로써 남측으로부터 인도적 지원 획득의 긍정적 분위기를 연출한 셈이다.
16일 개성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남북적십자 실무회담이 개최되었다. 남측은 이산가족 상봉의 확대와 정례화,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강조하였다. 북측은 추석 전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남측의 의미있는 상응조치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남측은 당국이 아닌 적십자 수준에서 소량의 식량 지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추정된다. 조만간에 남북 양측은 판문점 적십자 연락관을 통해 인도적 지원의 시기, 전달 방법, 분배 투명성 문제 등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회담은 남측의 요청에 의해 북측이 사과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적십자 실무회담은 북측의 요청에 의해 남측이 적십자 수준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히는 모양새를 취했다. 두 개의 실무회담은 남북 당국의 사전 공감대 속에서 전개되는 회담으로 추정된다. 북측의 사과와 남측의 지원 의사 표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의미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듯하다. 더 이상의 경색을 막고 남북이 상호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러한 계기를 잘 살려야 한다. 당국 간의 대화와 민간급의 협력은 선순환 관계이다. 지금이 당국 간 대화의 틀을 유지하면서 민간 부문의 경제협력사업 정상화로 나아가는 적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민간급의 개성관광사업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에도 일정기간 지속되어 왔다. 관광 지속은 관광객 안전 문제에 대한 정부 종합점검단의 검토 결과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개성관광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과 관계없이 북측의 출입'체류 제한조치인 소위 '12'1조치'에 의해 중단되었다. 중단의 원인이 북측에 있음을 보여준다. 8월 16일 북측은 현대와 개성관광 재개를 비롯한 5개항에 합의하였고, 8월 20일에는 12'1조치의 전면 해제를 밝혔다. 북측의 조치는 개성관광 중단사유의 소멸을 알리는 것이다. 미국도 대북제재 국면에도 불구하고 개성관광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8월 24일 대북제재 담당 골드버그 조정관의 "금강산'개성관광은 유엔 제재와 무관하다"는 주장에 잘 나타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개성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개성공단과는 달리 별도의 신변안전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개성공단 직원 억류사건과 같이 남측 국민에 대한 신변안전 위협 우려가 존재하는 한 관광 재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듯하다. 그러나 정부의 우려에 대해 이해는 가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개성공단 직원 억류사건은 북측 인원과의 수시 접촉이 불가피한 공단 내 장기 체류 근로자 가운데 발생한 문제이다. 개성관광은 관리책임자의 인솔하에 버스투어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당일 관광이다. 안내원 외의 북측 사람과 직접 접촉이 없기 때문에 신변안전 차원에서 공단 상주 인원보다 훨씬 안전할 수 있다.
결국 우리 정부의 우려는 신변안전보다 '대북 현금지급'에 따른 핵개발 전용 '의혹'에 있는 듯하다. 이 또한 과잉 우려이다. 관광대가의 현금지급은 정상적인 상거래이다. 현금의 상당 부분도 관광을 위한 시설물 유지관리비, 자재 구매비, 운송비, 필수인력 인건비 등에 들어가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무조건 현금지급을 문제삼기보다는 북측이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른 정상적인 경제협력에 익숙해지도록 정상적인 상거래 관행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북측의 12'1조치 해제와 기존 계약에 의한 임금 5% 인상합의로 개성공단 활성화의 계기가 마련되었다. 여기에 개성관광 재개까지 이어진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에도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다.
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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