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건축물인 에펠탑과 퐁피두센터는 태어날 당시 그 운명이 비슷했다. 파리의 경관을 해치는 흉물(凶物)로 낙인 찍혀 환영받지 못한 것이다. 1889년 세워진 에펠탑은 다른 건물보다 두 배나 높은 위압적인 모습에 철골 구조물이란 이유로 철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랬던 에펠탑이 이젠 프랑스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파리의 랜드마크가 됐다. 유료 관광객이 연간 600만 명을 넘을 정도로 경제적으로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기계를 연상시키는 철골 구조물, 차갑고 투명한 유리 외관, 외부로 노출된 파이프…. 1977년 예술'문화활동 공간으로 세워진 퐁피두센터도 혁신적인 이미지 탓에 처음엔 사람들에게 흉물 취급을 당했다. 그 이후 현대적이고 창의적인 멋을 인정받아 지금은 에펠탑, 루브르에 이어 파리에서 세 번째로 방문객이 많은 명소가 됐다.
에펠탑, 퐁피두센터를 가진 파리처럼 도시마다 그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Land Mark)가 있다. 미국의 도시설계가인 케빈 린치는 사람들이 실제 이용하지 않아도 늘 참고로 하는 물리적 대상이 랜드마크라고 규정했다. 그에 따르면 아름다운 도시란 이미지가 선명한 도시이며 이미지가 분명하려면 랜드마크가 확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랜드마크는 도시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은 물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거대한 가치를 창출한다. 호주 시드니의 랜드마크인 오페라하우스 경우 연 4억 호주달러(4천400억 원)의 입장 수입과 3천여 명의 고용 창출 같은 직접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오페라하우스가 창출하는 이익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다.
송도국제도시와 인천국제공항을 잇는 인천대교가 19일 개통했다.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긴 인천대교는 국제공항과 함께 인천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이 다리 하나로 인한 생산유발 효과가 3조8천억 원, 고용유발은 4만8천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인천대교를 보면서 변변한 랜드마크 하나 없는 대구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멋없는 몰골에 위압감마저 주는 고층 주상복합아파트를 대구의 랜드마크로 내세우기엔 초라하고 부끄럽다. 대구를 세계에 알리고 경제적 효과도 얻기 위해 대구엔 어떤 랜드마크를 만들어야 할지 모두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