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창작뮤지컬 '허브로드' '1224'로 데뷔한 신인 설화씨
'좋은 공연'에는 창의적인 제작자와 열성적인 관객, 그리고 훌륭한 배우가 있다. 그런 배우를 객석에서 볼 수 있고, 그가 커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즐겁다. 이제 막 싹을 틔운 대구 창작 뮤지컬계에도 눈에 띄는 여배우가 등장했다.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설화(25·雪花·본명 오서은)'다. "'눈꽃낭자'라는 별명을 예명으로 했어요. 그렇다고 '공주과(科)'는 아니다"는 게 본인의 변(辯)이다.
설화는 대구에서 탄생한 창작 뮤지컬 '허브로드'와 '1224'로 막 데뷔한 신인급 배우다. 지난 한 달 '1224' 공연을 마치고, 같은 작품으로 이달 관객 앞에 서는 그녀를 6일 남구 대덕문화전당에서 만났다. "노래와 춤, 연기, 제가 하고 싶은 모든 게 뮤지컬에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설화는 이름만큼이나 예사롭지 않은 경력을 가졌다. 대구 덕화여중을 나온 그녀는 서울 국악예고를 거쳐 중앙대 국악관현악과에서 가야금을 전공했다. 대구시립국악단원을 지낸 어머니(임은숙)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이다. 하지만 넘치는 끼가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다. 대학 재학 시절, 공중파 드라마 '사랑도 리필이 되나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의 주제가를 불렀을 정도로 가창력을 인정받았다. 음악에 빠져 지내다 연극하는 친구들을 알게 됐고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게 됐다. 그녀의 데뷔작은 2007년 11월 막을 올린 대구시의 기초예술공모 선정작 '허브로드'. 아직도 첫 오디션의 긴장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주연 역에 40여명이 몰렸는데, 제가 1번 대기자라는 거예요. 레아 살롱가의 '온 마이 오운(On my own·뮤지컬 '레미제라블' 중)'을 부르고, 의자 춤에 가야금 연주까지 했어요. 필사적으로." 점수는 80점. 그러나 그녀 뒤로 그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 기회, '1224'가 찾아왔다. '1224'는 신생 극단 '초이스 씨어터'의 데뷔작으로 스물아홉 동갑내기 여성이 사랑과 우정 속에 갈등하면서 성장한다는 스토리. 봉산문화회관에서 있은 9월 한 달간의 공연은 다른 극장에서 앙코르 요청이 들어올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창작뮤지컬답지 않게 음악의 완성도가 높았어요. 배우, 연출자, 작곡자가 머리를 맞대고 좋은 곡을 골라낸 결과죠." 하지만 싱글 캐스팅으로 무대에서 강행군하면서 고열과 몸살로 입원까지 해야 했다.
새내기 뮤지컬 배우가 생각하는 창작 뮤지컬의 숙제는 뭘까. "한 공연 한 공연이 정말 힘들게 무대에 올려집니다. 대구시에서 뮤지컬 도시로 내세운 만큼 현장의 공연 생산자들을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설화는 17, 18일 동구문화체육회관(053-662-3083)과 31일 대덕문화전당(053-622-0703)에서 앙코르 공연하는 뮤지컬 '1224'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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