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유머강사·방송인 최만호

입력 2009-10-15 14:34:05

같은 이야기도 그가 말하면 웃음이 된다

최만호(47)씨는 웃기는 남자다. 남이 웃어야 그의 존재는 더욱 돋보인다. 웃음이 있는 곳에 그가 있고 그가 있는 곳에 웃음이 있는 이유다. 명함을 보면 '내가 먼저 웃어야 세상이 웃는다'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유머강사'라는 그의 직업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명함 뒷면에는 이력이 빼곡히 적혀 있다. 공간이 부족해 다 적지 못한 이력도 많다. 그는 현재 레크리에이션강사, 이벤트 MC, 유머코칭전문가, 한국웃음복지학회 이사, 한국웃음리더십협회 전문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라디오를 켜면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매일 오후 1~2시 대구 평화방송 '한낮의 가요선물'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의 방송 경력은 198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역 대학생들 장기자랑 프로그램이었던 대구KBS 라디오 '대학생 공개방송'에 통기타 들고 참여한 것이 인연이 돼 게스트(이야기 손님)로 출연하다 MC를 맡아 프로그램까지 진행했다.

많은 다른 사람들처럼 최씨도 자신이 유머강사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샌님으로 통했다. 웃음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남들 앞에 나서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대학 1학년 때 동문회 신입생환영페스티벌에 초청된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본 뒤 그의 인생은 바뀌기 시작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무작정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따라 하다 점차 자신의 유머 스타일을 만들어갔다. 교내에서는 이내 유명 인사가 됐다. 대학 4학년 때 학교 행사(신입생 환영회) 사회를 맞아 100분 동안 입담 하나로 진행했다. 이것을 계기로 그는 한국레크리에이션협회에서 연수를 받고 레크리에이션지도자 자격증을 땄다. 레크리에이션이라는 용어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던 시절, 대구에서 세번째였다.

대학 졸업 후(1985년) 그는 본격적으로 레크리에이션 강사와 방송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 현장을 누비며 즐거움을 선사했고 대구KBS 라디오 '오픈 스튜디오', '전화 노래자랑', TBC드림FM 'OK 팡팡퀴즈', 대구KBS 1TV '토요 아침마당' 등을 진행하며 방송인으로서의 입지도 넓혔다.

최씨는 4년여전부터 유머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레크리에이션 개념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고 생활이 각박해지면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해야 할 필요성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유머강사와 웃음치료사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웃음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사람이 웃음치료사라면 유머강사는 마음의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웃음을 선사하는 사람입니다. 웃음치료사가 내과의사라면 유머강사는 예방의학과의사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는 대구'경북 뿐 아니라 전국을 무대로 공무원, 교사, 회사원 등을 대상으로 웃음 강의를 해오고 있다. "아무리 유익한 강좌라도 재미없으면 요즘 사람들은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15분 마다 한번씩 웃음을 선사해야 사람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아 강의를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최씨는 몇시간 동안 원고 없이 강의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준비는 늘 해두고 있다. 유머강사에게 입담은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입담은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력입니다. 남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서는 화술, 타이밍, 소재 3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화술과 타이밍은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할 수 있는 반면 소재 발굴은 노력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는 시의적절한 소재를 찾기 위해 책과 인터넷, 신문 등을 꼼꼼히 탐독한다. 재미있는 소재를 찾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옮기지는 않는다. 반드시 자신의 것으로 재창조한다. "같은 이야기라도 재미 있게 말하는 사람과 재미 없게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능력이 있어야 좋은 유머강사가 될 수 있습니다."

최씨는 웃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웃고 난 뒤 여운이 남아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한다. 단순히 웃기는 강사가 아니라 감동을 주는 유머강사로 기억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또 김홍식(김샘), 김제동 등 후배들이 전국구 스타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그는 서울 진출보다는 지역에 더 많은 애착을 갖고 있다. "강의를 다니다 보면 대구경북 사람들은 타시도 사람들에 비해 참 웃을 줄 모른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서울로 가면 벌이도 훨씬 더 좋습니다. 하지만 내 고향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에 제 능력을 바치고 싶습니다."

유머강사로서 최씨의 꿈은 소박하다. 하지만 '이웃들에게 웃음과 함께 마음에 새겨 둘 수 있는 말 한마디를 선사하겠다'는 그 꿈은 참 소중하게 다가온다.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을 갖지 않고 유머강사의 본분을 지키려는 최씨의 꿈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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