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명중 2.4%만 점자 해독 불구 음성도서 태부족
택시회사에서 안마사로 일하는 조돈연(45·1급 시각장애인)씨는 매달 점자도서관에서 5점가량 음성도서를 빌린다. 30세 때부터 시각장애가 나타나 점자를 배우지 못한 탓이다. 이런 조씨에게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음성 변환 출력기를 지원해 쉽게 책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정작 조씨는 이 기계를 거의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음성 변환 출력기를 사용하기 위해 전국에 있는 점자도서관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기계가 작동하려면 음성 인식 바코드가 있어야 하는데 바코드가 붙은 문서가 극소수였기 때문이다.
15일 '흰 지팡이의 날'(시각장애인의날)을 맞은 시각장애인들이 '독서'에 목말라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대부분이 점자를 해독하지 못하지만 음성 도서 및 음성 변환 출력기 보급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실시한 '2008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 발생의 93.2%가 후천적이었다. 또 시각장애인의 48%가 65세 이상이었다. 이 때문에 시각장애인 96.6%가 점자 해독이 불가능했고, 2.4%만 겨우 점자를 읽을 수 있었다. 점자를 배우고 있는 경우는 1.0%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전체 시각장애인 수는 20여만명으로 추정된다.
실제 점자도서관에서 대출되는 점자도서와 음성도서의 대출 현황을 살펴보면 음성도서 대출이 압도적이다.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대구 수성도서관 도서 대출을 이용한 시각장애인들은 387권의 점자도서를 빌렸다. 반면 녹음도서와 CD도서 대출은 5천328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정작 음성 변환 바코드를 찍어 놓은 문서는 거의 없다. 시각장애인들은 지면 오른쪽 상단 가로, 세로 1.5cm 크기의 사각형 형태 바코드에 음성 변환 출력기를 갖다대 도서 전문을 음성 정보로 듣고 있지만 '샘터', '장애인과 일터', '천주교 주보' 등 일부 종류에만 바코드가 붙어 있다.
비싼 음성 변환 출력기 가격도 문제다. 대당 100만원대의 휴대용 출력기 개인 보급률은 1% 수준에 불과하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장에 한해 음성 변환 출력기를 지원하고 있는 정도다.
시각장애인들의 원활한 독서를 위한 법제화 노력도 속도가 더디다. 지난해 7월 한나라당 김소남 의원은 인쇄물 등에 '음성 변환용 바코드'를 새기고, 이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쟁점 현안에 밀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 아직까지 계류 중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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